SK 이호준 8타점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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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3으로 뒤진 SK의 7회말 공격 1사 1, 2루 득점 기회. 바로 전 수비에서 역전을 허용했던 SK 더그아웃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가 4번 타자 이호준(28)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36개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22개의 홈런포를 쏴올린 '슬러거'이기에 SK의 기대는 컸다. 물론 LG 코칭 스태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른손 강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오른손 투수 심수창을 투입한 것. 심수창은 대졸 신인이긴 하지만 최근 승리와 세이브를 잇따라 올리고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프로무대에서만 10년을 보낸 이호준의 경험은 심수창의 패기를 꿰뚫고 있었다. 시속 142㎞ 직구인 초구가 몸쪽을 파고들자 이호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125m를 날아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24일 프로야구에선 관심이 쏠린 6위 LG와 4위 SK의 경기에서 SK가 12-3으로 대승을 거뒀다. 5위 기아와 함께 나란히 48승을 거둔 상태에서 4강 진입을 위해 막판 경쟁 중이었던 만큼 팽팽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SK는 느긋하게 4위 지키기에 성공했다. 8타점을 뽑아낸 이호준의 맹활약 덕분. 5회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던 이호준은 7회 재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때렸다. 그리고 7-3으로 앞선 8회 또다시 3점짜리 아치를 그려 연타석 3점 홈런을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선수 한명이 8타점을 올리기는 프로야구 23년 역사에 6명밖에 없었던 진기록이다. 신고선수 출신 SK 투수 김경태는 7회 등판해 단 1이닝만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을 안았다.

수원에선 또 하나의 '4강 후보' 기아가 1위 현대를 11-4로 누르고 SK를 여전히 승차 없이 뒤쫓았다. 이 경기에서도 승리의 주역은 두개의 홈런을 때려낸 심재학. 심재학은 1-0으로 앞선 3회 3점 홈런포를 쏴올려 팀을 살얼음판 리드에서 구해냈다. 7회에 또다시 2점 홈런을 쳐내 승부를 갈랐다.

잠실에선 두산이 3-1로 승리하며, 한화를 4연패에 빠뜨렸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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