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국왕 기자로 변장 민심 시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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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압둘라 (37) 요르단 국왕이 취임 한달 보름만에 민심파악을 위해 방송기자로 변장, 암행시찰에 나서 화제다.

압둘라 국왕은 지난 29일 공식 복장인 양복대신 평범한 전통 아랍의상을 입고 암만의 왕궁을 몰래 빠져나왔다.

현지 언론들은 얼굴에 가짜 턱수염까지 붙이고 머리까지 희끗희끗하게 분칠한 그의 완벽한 변장술에 왕실 관계자들조차 속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경호원까지 따돌리고 공보수석만 대동한 그는 곧장 택시를 타고 요르단의 주요 무역도시인 자르카로 향했다.

자르카에 도착한 압둘라 국왕은 마이크를 들고 방송기자로 변신, 민심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동행한 공보수석은 TV카메라를 들고 카메라기자로 위장했다.

국왕이 지나던 시민들과 무역상들을 붙잡고 경기동향과 애로사항을 묻자 거침없는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창구가 40개나 되는 세관에서 간단한 서류 한장 받는데 나흘씩 걸린다는 건 말도 안된다" "세관 공무원들의 고질적 관료주의와 고압적 자세가 여전하다"

무려 5시간동안 현장을 누빈 '국왕 기자' 의 취재는 공무원들이 취재 허가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면서 들통났다.

턱수염을 떼며 국왕의 신분을 밝히자 깜짝 놀란 공무원들은 사색이 된 반면 주위에 몰려든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시민들은 한동안 국왕을 에워싸고 국왕을 찬양하는 노래까지 불렀다.

압둘라 국왕은 "애로사항을 반드시 시정하겠다" 는 다짐을 남기고 왕궁으로 돌아갔다.

지난 2월 타개한 후세인 전 국왕에 이어 왕좌에 오른 그는 이전에도 병원.국경 수비대 등 공공기관 등을 예고없이 방문, 공무원들을 놀라게 했다.

부친인 후세인 전 국왕도 이같은 '깜짝 방문' 을 자주 한 것으로 유명해 암행시찰은 부전자전의 통치술이라는 게 영국 BBC방송의 지적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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