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銀 로비사건 수사발표] 주씨 4억 황급히 돌려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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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임창열 (林昌烈) 경기도지사 부인 주혜란 (朱惠蘭.51.의사) 씨는 경기은행이 퇴출되자 화들짝 놀라 서이석 (徐利錫.61) 전 은행장에게 받은 돈 4억원을 다급하게 되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30일 인천지검의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사건 종합수사결과 발표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 다급한 반환 = 지난해 6월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지사 공관. 朱씨는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외출준비를 하다 TV를 통해 '경기은행 퇴출 결정' 소식을 들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朱씨는 외출을 포기하고 서재로 뛰어들어가 민인터내셔널 대표 민영백 (閔泳栢.56)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閔씨는 朱씨가 지난해 6월 19일과 23일 徐전행장으로부터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자금으로 1억원과 3억원을 받을 때 함께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朱씨는 閔씨가 민인터내셔널의 극심한 자금난으로 이리저리 돈을 구하러 다니는 바람에 밤늦게서야 통화가 가능했다.

朱씨는 "경기은행이 퇴출됐다.

돈을 빨리 돌려줘야 뒤탈이 없을 것 같다" 고 다급하게 외쳤다.

전화를 끊자마자 朱씨는 낮에 여동생이 갖다놓은 2억원을 스포츠가방에 담아 閔씨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로 달려갔다.

다음날 밤에도 여동생에게 맡겨놓은 1억원에다 언니와 주클리닉 원장 (김유신) 이 林지사 당선축하금으로 내놓은 5천만원과 2천만원 등으로 힘겹게 2억원을 마련해 閔씨에게 전달했다.

朱씨는 미국 체류중 閔씨 부인을 만났으며 徐전행장은 자신의 부인과 대학동창인 閔씨를 통해 朱씨를 만날 수 있었다.

◇ 4억원 반환 배달사고 = 朱씨가 徐전행장에게 돌려주라고 했던 4억원은 제대로 배달되지 않은 것으로 30일 최종 확인됐다.

閔씨는 朱씨에게 받은 돈을 자신의 회사통장에 입금시켰다.

閔씨는 朱씨로부터 지난해 6월 29일 밤에 받은 2억원중 1억원은 대출금 상환에, 1억원은 연체된 각종 공과금 및 당좌 결제에 썼다. 또 6월 30일 밤에 받은 2억원도 당좌 결제 및 거래처 대금으로 모두 사용했으나 회사는 8월 14일 부도났다.

閔씨는 朱씨가 구속된 직후인 이달 중순께 徐전행장 부인을 찾아가 2억원만을 1년여만에 돌려줬다.

◇ 4억원 사용처 = 돈을 받은 朱씨는 그중 3억원을 여동생에게 통째로 맡긴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나머지 1억원은 자신의 주클리닉 운영자금 (3천만원) , 林지사 선거자금 (4천만원) 등으로 썼다.

인천지검 유성수 (柳聖秀) 차장검사는 "朱씨가 이 돈으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朱씨는 씀씀이가 컸지만 뒤탈을 염려해 돈을 여동생에게 맡겨놓은 뒤 상황을 봐가며 쓰려고 했던 것 같다" 고 덧붙였다.

인천 =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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