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가파르바트 등정마친 산악인 엄홍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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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앞으로 무수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초발심 (初發心) 의 마음으로 기필코 남은 2개의 봉우리도 올라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 완등을 이뤄내겠습니다. "

히말라야의 '작은 탱크' 엄홍길 (嚴弘吉.39.파고다외국어학원) 대장이 낭가파르바트 (8천1백25m) 등정을 마치고 지난 24일 귀국했다.

92년 낭가파르바트 원정에서 동상으로 양쪽 엄지 발가락이 잘린 嚴대장은 공교롭게 이번에도 하산 도중 7천5백m에서 비박하다 왼쪽 발가락에 동상을 얻었다.

그러나 嚴대장은 "히말라야 8천m 고봉 등반 중 이번만큼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 적도 없었다" 며 "안나푸르나에 묻힌 고 (故) 지현옥 대원의 보이지 않는 보살핌 때문일 것" 이라고 말한다.

嚴대장이 등정한 낭가파르바트는 일명 '벌거벗은 산' 으로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의 표고차가 8천m급 고봉 중 가장 큰 곳. 이번에 嚴대장은 '세미 알파인' 방식으로 낭가파르바트의 정상을 밟았다.

캠프Ⅱ (6천2백m)에 텐트를 설치하고 베이스캠프 (4천2백m) 로 돌아와 4일간의 휴식을 취한 후 고소 적응 과정없이 바로 정상까지 오른 것. 정상을 등정할 때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수없이 받았다.

그러나 허리까지 찬 눈밭을 헤치고 14시간의 악전고투 끝에 정상을 밟은 그의 모습에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히말라야 8천m급 고봉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라인홀트 메스너 등 6명. 이제 嚴대장은 칸첸중가 (8천5백86m) 와 K2봉 (8천6백11m) 만 오르면 14좌 완등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嚴대장은 다음달 중순 칸첸중가 원정길에 나설 계획이다.

그의 끝없는 도전정신이 경제위기로 침체된 우리 사회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다가오길 기원한다.

글 =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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