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정부 정책 알리는 '오픈 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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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2일 아침 베를린 도심의 정부 청사들은 북새통이었다. 8만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슈프레강을 끼고 들어선 칸츨러암트(총리실) 건물 앞에는 3km에 이르는 긴 줄이 섰다.

연방 경제부와 교통부 청사 사이에 가로놓인 인발리덴 공원도 평소와 달리 인파로 북적거렸다. 전날시작된 정부의 '오픈 하우스' 행사 때문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를 통해 국민은 정부 각 부처가 요사이 무슨 일을 하는지 현장에서 설명을 들었다. 또 늘상 신문과 TV에서만 봐오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포함해 각 부처 장관과 얼굴을 맞대고 평소 궁금하던 점을 물어볼 수 있었다. 한 시민은 한스 아이헬 재무부 장관에게 "세수가 줄고 국가부채는 늘어가는데 장관의 대책은 무엇인가"하고 송곳 같은 질문을 퍼부었다. 울라 슈미트 보건부 장관은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국민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휴가에서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나타난 만프레드 슈톨페 교통부 장관은 시민들과 행사장에 마련된 절인오이를 먹으며 고속도로세 징수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각 부처는 볼거리도 풍성하게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총리실 구석구석을 살폈다. 슈뢰더 총리가 쿠웨이트에서 선물받은 금박 돛단배가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는 놀이공원에서처럼 직접 첨단무기를 작동해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시민들은 최신예 전투기인 유러파이터의 조종석에 타보았다. 레오퍼드 탱크의 성능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올라가 보기도 했다. 헬리콥터 가상조종기를 작동해본 한 소년(14)은 "너무나 재미있다. 국방부 아저씨들이 정말 친절하다"면서 즐거워했다. 일년에 단 이틀뿐이지만 정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행사였다.

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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