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전말] 진형구씨 수차례 통폐합 종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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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업 유도 의혹 사건은 조폐공사 노조 분쇄를 통해 전체 공기업 구조조정을 순탄히 이끌어 보겠다는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공명심' 에서 비롯됐다는 게 검찰의 수사결과다.

사건은 지난해 9월 중순 임금삭감을 놓고 조폐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강희복 조폐공사 사장은 직장 폐쇄 조치에 대해 검찰이 철회를 권고하자 이를 무마키 위해 고교 선배인 秦전부장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秦전부장은 "임금삭감을 놓고 노조와 싸우기보다 정부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여 밀고나가야 하며 불법 파업이 발생하면 즉각 제압해 주겠다" 고 조폐창 통폐합을 권유했다.

姜전사장은 구조조정이 아닌 임금삭감으로 IMF사태를 극복하는 게 옳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으나 秦전부장의 종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여러차례의 통화를 통해 구조조정 문제를 상의했다.

결국 조폐공사는 姜전사장의 노력으로 지난해 10월 2일 옥천조폐창을 폐쇄하고 경산조폐창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노조는 이 발표가 엄포용이라고 판단, 파업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秦전부장은 통폐합 발표 당일 구조조정에 따른 파업대책 보고서를 준비토록 대검 공안부 검사들에게 지시했다. 당시 이준보 (李俊甫) 공안2과장은 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없는데도 파업대책 보고서를 만들라는데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秦전부장은 다른 검사로 하여금 최종 보고서를 작성토록 지시,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두차례 보고서가 수정됐다.

秦전부장은 같은달 13일 최종 보고서가 완성되자 당시 검찰총장인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했다. 金전장관은 秦전부장이 철저히 준비 중이라고 생각했을 뿐 파업유도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다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24일 노조는 조폐창 통폐합 반대를 위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秦전부장은 姜전사장에게 강경 대응을 주문, 조폐공사가 대의원 34명을 즉각 고발했다.

검찰은 이중 7명을 구속하고 조폐공사도 파업 가담자 7백30여명을 징계하는 등 강경 대응함으써 노조는 무력화됐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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