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교도관들 격주 토요 휴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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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얼마 전부터
감옥 속의 나는
감옥 속의 또 다른 감옥에
감금되기 시작했다.

매달 둘째와 넷째 토요일이면
나는 '올드 보이'가 된다.
보고 싶은 마누라도
어린 자식도 볼 수 없다.
하루 한번의 운동시간
교도소 담장 안에서
맨땅을 달릴 수도 없다.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하나둘 떠나는 교도관들.
그들은 알까
주말 연휴, 환희에 치인
감방 속 생활을.
그들은 알까
한달에 두번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 얼마 전부터
감옥의 주인이 바뀌었다.
교도관의 호루라기 소리는
'인권'을 부르짖는 죄수들의
합창에 묻혀 버린 지 오래.

겨우 한달에 두번 더 쉬는 건데
세상이 끝난 듯 호들갑이다.
집단 행동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예전의 나였다면 호통을 쳤겠지.
"죄수답게 행동해"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교도관답게 절제된
한 마디만 내놓는다.
"침묵은 금"이라고.

*지난 7월부터 주5일 근무제에 따라 교도관들이 격주로 토요 휴무에 들어가면서 재소자들이 한달에 두번은 운동.면회를 못하게 됐다. "대책을 찾고 있지만 대체할 감시 인력이 없어 고민 중"이라는 게 법무부의 답변.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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