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경매 고흐 그림 '의사 가체트의 초상'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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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쿄 = 오영환 특파원]사상 최고가로 경매됐던 반 고흐의 명화 '의사 가체트의 초상' 의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 초상화가 불태워졌을 가능성도 있다" 고 말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초상화의 증발 사실은 고흐 특별작품전을 위해 소재를 수소문하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측에 의해 제기됐다.

이 작품은 지난 90년 일본 다이쇼와 (大昭和) 제지의 사이토 료에이 (齊藤了英) 명예회장이 무려 8천2백50만달러 (약 9백84억원)에 구입했으며, 사이토는 같은 해 7천8백10만달러의 사상 두번째 가격으로 르누아르의 '무란 드 라 가렛' 도 낙찰받았다.

일본 미술계에 따르면 사이토는 재테크 차원에서 그림을 구입했으나 구입 당시 2천4백만달러의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자 충격을 받았다는 것. 정나미가 떨어진 사이토는 이 작품들을 단 한번 본 뒤 창고에 처박아둔 채 두번 다시 눈길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측근들에게 자신이 죽은 뒤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두 작품을 함께 화장시켜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6년 사이토가 숨질 때는 거품경제 붕괴로 그림값이 구입가격의 30% 이하로 곤두박질쳐 세금을 내고 나면 한푼도 건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는 것.

그러나 일본 미술계는 고흐의 초상화가 실제로 불태워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다이쇼와 제지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르누아르의 그림이 미국의 한 소장가에게 되팔렸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사이토 가족들도 "그림을 불태웠다는 소문은 근거가 없는 것" 이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흐 말년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그림은 나치 독일의 제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이 소장했던 내력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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