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베이징 사계] 호텔로 가는 '피서 효도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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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베이징 (北京) 이 불바다의 성 (火城) 으로 변하고 말았다' . 베이징의 불볕더위를 전하는 지난 25일 중국청년보 (中國靑年報) 의 표현이다. 베이징은 최근 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이상고온에 시달려왔다. 24일 42.2도에 이어 25일 40도, 26일부터는 40도에 육박했다.

요즘의 폭염은 50년만의 최고기록이다. 습도와 열풍으로 체감기온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스팔트 바닥은 60도까지 달아올랐다는 것이다.

찜통더위에 따라 베이징 시민들의 생활도 달라졌다. 10월 1일 건국 50주년을 앞두고 밤낮 없이 강행군이던 공사장의 작업시간이 바뀌었다.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 왕푸징 (王府井) 대로의 단장을 맡은 핑구 (平谷) 건축공사의 작업시간은 오전 5시~10시, 오후 3시~밤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일손을 놓는다.

가격이 싼 베이징의 3성급 호텔들이 초만원이다. 에어컨이 설치된 시원한 호텔방에서 연로한 부모들을 모시기 위해 예약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왕수란 (王淑蘭) 여사는 24일부터 3일 동안 화펑 (華鳳) 빈관을 부모를 위해 예약했다. 집에선 정전이 잦은데다 냉방장치가 없어 부모들이 혹시 더위로 사고를 당할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베이징시 기상대는 이번 더위는 화베이 (華北) 지구의 고기압 탓으로 앞으로도 사나흘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밝혔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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