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연대파업 철회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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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KBS.MBC 노조의 연대파업으로 불투명했던 방송법 국회통과가 26일 노조측이 파업을 철회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권과 노조측이 다음달 2일 열릴 제206회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26일 노조측의 파업 중단 발표는 노조와 여권측이 한발씩 양보한 타협의 결과로 풀이된다.

노조측이 당초 요구한 방송위원회 위원장 및 공영방송 사장.이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여권이 일방적으로 좌우하던 방송위원장 선출에 일종의 제동장치가 마련된 까닭이다.

정치권에서도 방송사의 무기한 파업은 결코 도움이 안돼 일정 부분 노조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합의된 주된 내용은 방송 정책. 행정. 준사법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될 방송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을 방송위원회 위원들이 호선하고 호선된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

대통령이 위원장을 지명하고, 위원장이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부위원장 및 상임위원 (2명) 을 지명하는 여당안과 달리 대통령의 일방적 '입김' 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노조측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법은 현재 관련법규가 없어 무조건 요구하기 어려웠다" 며 "차선이나마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방식보다는 진일보했다" 고 말했다.

다만 "현실상 집권여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방송위원 구성방식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 덧붙였다.

방송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될 KBS 사장의 경우 제청 기준과 사유를 명기토록 합의했다. 일종의 검증장치를 추가한 셈.

국회가 추천하는 방송위원 (국회 3명.시청자 대표 3명) 도 같은 차원에서 추천기준과 사유를 명기토록 했으며, MBC 사장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정관에 따라 KBS 사장 선임절차에 준해 추천토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 특정인을 내정해 일방적으로 임명해왔던 공영방송 사장선출 방식에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조측의 쟁점 사항이었던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상업방송의 특정인 소유지분 인하, 대기업.언론사의 위성방송 진출 반대 등은 여당안을 대체로 수용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국회 통과 여부와 파업 참여 노조원에 대한 징계문제. 방송위원 구성방식을 제외하곤 야당도 여당과 큰 이견이 없어 새 방송법의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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