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여야 파업유도 수사 중단협상에 '비장.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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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에서 파업유도 발언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 요청 협상이 진행되자 검찰은 오히려 수사를 재촉하고 있다.

겉으로는 "중단 요청이 오면 그때 생각하자" 며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으나 불쾌한 심기가 역력하다.

"실패하면 다 죽는다" 는 비장한 각오로 시작한 수사가 '일장춘몽 (一場春夢)' 이 될 위기에 놓인 탓이다.

검찰은 특검제 도입이 확정될 때까지 수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례없이 대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하는 등 갈수록 탄력마저 붙는 양상이다.

이런 몸놀림 뒤엔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두터운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특검제를 도입한다지만 특별검사 임명권 등을 둘러싼 여야의 다툼이 예상돼 언제 법안이 통과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이번 수사를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검찰로선 쉽사리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검찰 내 특별검사' 격인 특별수사본부장까지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래서 검찰 관계자들은 "정치권이 수사 중단을 공식 요청한다면 이는 검찰 '뒷다리 잡기' 로 볼 수밖에 없다" 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법안에 '파업유도 발언 사건의 경우 특별검사를 통해서만 수사한다' 는 단서조항이 들어갈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욱 흥분한 기색이다.

헌법상 보장된 검찰의 수사 독점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검찰 한 관계자는 "특정 사건은 특별검사에 의해서만 수사토록 한다는 것은 법의 일반성을 해치며 위헌여지마저 있다" 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국회가 법무부장관을 통해 수사중단을 공식 요청할 경우 검찰총장이 거부하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수사 중단을 요청키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검찰이 실제로 수사를 중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요청 시점이 늦어질 경우 검찰이 충분히 수사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박상천 (朴相千) 총무도 "중단 요청 문제를 국회의장과 상의해보겠다" 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답변을 유보한 상태며, 외유 중인 박준규 (朴浚圭) 의장은 다음달 2일 귀국할 예정이다.

따라서 검찰은 가급적 빨리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속전속결 (速戰速決)' 전략을 택할 게 분명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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