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7) 논현동 신경옥씨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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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버리는 물건은 어떤 식으로 재사용하느냐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코디네이터 신경옥 (申敬玉.44) 씨는 자신의 논현동 집을 황학동의 골동품과 낡은 고물로 꾸몄다.

도시의 차가운 회색빛에 전통의 따뜻한 빛깔을 덧칠하는 것이 유행이다. 소품으로 장식에만 치중하지 않고 실생활과의 연계에도 역점을 둔 이 집을 엿봤다.

황학동 벼룩시장의 쇼핑 법도 알아 본다. 우선 주방 창가는 치렁치렁한 커튼 대신 목재를 잘라 선반으로 사용했다.

황학동에서 공짜로 얻은 군용 반합을 식기 함으로 쓰고 싱크대에는 목재 문짝을 달았다. 약장에는 갖가지 주방용품을 담았다.

식탁에는 은촛대를 놓아 은은함을 가미했고 벽면에 오래된 시계와 램프.새장 등을 걸어 놓은 것도 이색적인 모습. 흰색 침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던 안방에는 궤짝을 변형시켜 문갑으로 썼다. 경대를 들여 놓아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게 했다.

거실 한편에 놓인 구형 전화기도 눈길을 끄는 모습. 물론 전화거는 데는 아무 불편함이 없다. 큰 맘먹고 거실 테이블은 50만원짜리 떡판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거실의 공간이 넓게 보이고 온돌방과도 같은 따스한 분위기가 새어 나온다.

중학생인 아이들 방에는 고물가게에서 3만원을 주고 산 선풍기를 놓았다.

주말에는 가족끼리 마루에서 두레 반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놓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황학동 물건들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나름대로 옛 것을 가르치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환기시키는 데는 이들 물건이 더할 나위 없는 교육자료라는 것이 申씨의 설명이다.

15만원을 주고 산 군용 서류함은 집안의 잡동사니 물건을 넣고 때로는 책상으로도 사용되는 다목적 물건이다.

이들 물건은 모두 황학동의 삼일 시민아파트 15동과 16동 골목에 위치한 순천당.곡성당 등의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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