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되는 조청련] 70대 서만술 부의장 실질적 리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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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5월의 조총련 전체대회는 조직개편 외에 허종만 (許宗萬.67) 책임부의장이 공석중인 제1부의장에 승진할 지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전문가들은 그가 김정일 (金正日) 노동당 총비서의 신뢰를 듬뿍 받아온데다 직책 서열도 가장 앞서 무난히 승진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뚜껑을 여니 서만술 (徐萬述.72) 부의장이 제1부의장에 올랐고 許는 그자리에 머물렀다.

이후 조총련은 외견상 徐 - 許의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徐의 영향력이 급속히 늘고 있다.

올 4월 김정일을 독대한 후로는 사실상 조총련의 실질적인 리더로 자리잡았다.

반면 한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許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조총련 재정담당이던 許는 조선은행 신용조합이 잇따라 파산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형편이기도 하다.

徐와 許는 대조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히로시마 (廣島) 현 본부 위원장 출신의 徐가 지방의 밑바닥에서 잔뼈가 굵은데 반해 許는 조총련 중앙에서 주로 활동했다.

徐는 선전.조직 문제에 밝고 범민련 운동을 맡았다.

許는 대외활동, 대북 송금.신용조합 업무를 주물러 왔다.

許는 일본 정계에도 깊숙한 파이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徐는 온화한 성격인데 반해 許는 밀어붙이는 식이다.

북한이 徐의 손을 들어준데는 許가 모금활동을 추진하면서 '적' 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조직 이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조직원의 불만을 사고 있는 인사를 중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許의 숙청설까지 나돌고 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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