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비아그라 약국판매 재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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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문기관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아그라의 임상시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이 약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비아그라의 유효성은 인정되나 그 부작용은 외국의 결과와 비교해 볼 때 약 1.5~3배 가량 높았다.

더구나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심혈관 (心血管) 계에 심각한 이상반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를 실험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 약은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투약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 봄 미국 댈러스에서 있었던 미국 비뇨기과 학술대회에선 비아그라 출시 1년에 즈음해 8개월간의 데이터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이 약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모두 1백30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77명은 심혈관계 질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 중에서 과연 몇 명이 비아그라 투여가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렇지만 의사 처방에 의해 심장병 유무를 잘 판단한 다음 투여했는데도 이 정도의 사망사고가 있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아그라는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갑작스런 저혈압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더구나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니트로 글리세린과 같은 약물을 투여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외에도 과다복용하거나 오래 복용하게 되면 청록색맹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처럼 이 약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투여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이 필수적이다.

정력강장제가 아닌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소위 '오남용 우려약물' 정도로 지정해 약국 판매를 허용한다면 이는 일부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을 외면한 채 제약회사와 일부 이익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 그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연 누가 책임질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력에 좋다면 무엇이라도 먹겠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나라에서 비아그라는 아주 좋은 정력강장제로 둔갑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비아그라가 출시된 나라 치고 의사처방 없이 그대로 약국에서 판매되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없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일부 단체와 언론 등을 통해 마치 '이익집단 간의 밥그릇 싸움' 으로 국민에게 비춰지고 있는 데 대해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

어차피 내년 7월부터 의약분업이 실시된다고 한다.

따라서 의사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다만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좀 더 심사숙고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

윤덕기 고려대의대교수. 대한비뇨기과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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