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김동길 전의원 집찾아 정부 맹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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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전날 민주산악회의 부활을 선언한 데 이어 22일엔 김동길 (金東吉) 전 의원 집을 찾아 오찬을 함께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날 밝힌 민주산악회 재건 취지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내각제 개헌 유보 등으로 국민을 속이는 현 정권의 장기집권 음모는 용납못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 라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현 정권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 고 힐난했다.

박종웅 (朴鍾雄)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金전의원도 "민주산악회 구성은 좋은 일" 이라고 맞장구치며 "현 정권이 하는 일을 보면 답답한데 YS 말을 들으면 시원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 고 말했다는 것. 金전의원은 "현 정권에 맞설 대체세력이 없다" 며 은근히 YS의 정치활동을 부추기기도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YS의 최근 행보를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겠다" 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YS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모아 현 정권에 대해 독설을 퍼부었던 '안방정치' 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직접 사람들을 찾아 세 (勢) 규합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16대 총선을 앞둔 신당 창당의 전단계라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YS의 언행을 그저 '한풀이용' 이나 YS 특유의 정치욕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절하해왔던 한나라당이 YS에 대해 공세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신경식 (辛卿植) 총장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주산악회에 가입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 고 말했고, 이에 대해 박종웅 의원은 "민주화 세력의 결집체를 만들자는 YS의 주장을 문제삼는다면 한나라당이야말로 독재의 하수인을 자인하는 것" 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은 이날 오찬에 배석하기로 했던 노기태 (盧基太).김영선 (金映宣) 의원의 불참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朴의원은 '외압때문' 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나당은 이를 부인했다.

YS 행보의 최대 걸림돌은 '신 3金 정치' 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일 것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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