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국제뉴스] 日 국기·국가 22일 법안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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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장기 (히노마루) 와 기미가요 (君が代) 를 일본의 국기 (國旗) 와 국가 (國歌) 로 정하는 법안이 22일 중의원을 통과한다. 참의원 의결이 남아 있지만 자민.자유.공명당이 찬성하고 있어 법제화가 거의 확실시 된다.

그러나 시민단체.교직원 노조와 사민.공산당이 법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리로선 잘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신설된 '쉽게 읽는 국제뉴스' 를 통해 법안의 쟁점과 배경을 짚어본다.

- 올림픽 등 국제행사때 일장기가 게양되고 기미가요가 연주돼 왔는데 지금까지 일본엔 국기.국가가 없었나.

"일장기와 기미가요는 일부 국민들 사이에 국기.국가로 여겨져 왔을 뿐 법제화되지는 않았다. 다만 문부성은 58년부터 학습지 요령을 통해 입학.졸업식 때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을 하도록 지도해 왔다. 그렇다고 의무는 아니다. "

- 일 정부가 법제화에 나선 배경은.

"올 2월 히로시마 (廣島) 현 세라고교 교장이 졸업식 때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을 요구하는 교육위원회와 이에 반발하는 교사.학생 사이에서 고민하다 자살한 사건 이후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법제화에 착수했다. 일부 학교서는 이 문제로 학교측과 학생이 마련한 두개의 졸업식이 열리기도 했다. 정부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법제화에 착수했다. 물론 일본정치의 보수화와도 맞물려 있다. "

- 법안 내용은.

"짤막하다. 일장기를 국기로 (1조) , 국가를 기미가요로 (2조) 하고 부칙에 일장기 만드는 방식과 기미가요 악곡.가사를 넣어 놓았다. 공식행사때 게양과 제창은 의무화하지 않았다. "

- 시민단체.교직원 노조와 사민.공산당 등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는데.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도 아사히 (朝日) 신문 조사 결과 일장기의 국기 제정에 대해서는 59%가 찬성했지만 기미가요에 대해선 47% 찬성, 45% 반대였다. '기미 (君)' 는 천황, '요 (代)' 는 시대의 의미로 '천황의 시대 (치세)' 를 노래하는 시대착오적인 가사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최근 '기미' 는 '국민 총의에 근거한 천황' 으로, '요' 에는 시간적 개념뿐만 아니라 국가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나라의 번영을 노래하는 국가' 라는 것이다. "

- 재일동포의 반응은.

"법안이 확정될 경우 과거 천황제하에서 강제로 끌려온 동포들이 어떻게 기미가요를 부를 수 있느냐며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게양.제창이 의무화돼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강요될 것으로 본다. "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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