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타는 신당] 총선 대비 헤쳐모여식 전국정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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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통합 협상이 급류를 타고 있다.

특히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공휴일인 지난 17일 극비 회동을 갖고 통합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향후 정국 변화와 관련해 중대한 전환점이다.

최근 두 사람을 만난 여권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날 회동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그리고 한나라당 이탈세력이 '헤쳐모여' 식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2여 (與) +α' 식 통합 방안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이는 양당이 '당 (黨) 대 당' 차원의 합당을 한 뒤 여기에 한나라당 일부 의원 등 제3의 세력이 참여하는 이른바 '신 (新) 3당 합당' 과는 다르다.

민정.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90년) 직후인 92년 14대 총선에서 공화계가 지지기반이던 충청도에서 金총리와 김용환 (金龍煥).조부영 (趙富英) 씨 등 불과 3명의 당선자만 냈던 '악몽' 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金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양당 수뇌부가 서둘러 통합 문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정리되지 않고서는 당장 내년 총선에 대비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 때문이다.

金대통령과 金총리가 19일 청와대 주례회동을 당분간 중단키로 한 것도 17일 회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DJP간에 큰 줄기를 잡고난 뒤 "내각제 유보 후속 협상은 국민회의.자민련 등 당측의 의사를 존중한다" 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金대통령이 지난 16일 자민련 내 대표적인 통합론자인 박철언 (朴哲彦) 부총재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독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朴부총재는 바로 전날인 15일 金총리와 만나서도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과거 3당 합당의 구상과 준비작업 등을 맡았던 '정계개편의 전문가' 인 셈이다.

朴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통합의 경험담과 함께 자신의 구상 등을 개진했을 것이다.

여권 수뇌부의 이같은 기류는 양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심전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각제 개헌 유보에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자민련의 충청권 강경파 중 일부 의원들도 통합론에 동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양당이 합당해 총선을 치르면서 DJ 이후의 대안으로 JP를 부각시킨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양당 수뇌부는 2여간 통합의 시기를 9월 초부터 총선 이전까지로 잡고 있다.

그러나 합당의 시너지 효과를 의심하는 쪽의 반발을 감안해 협상은 8인위원회와 별개로 은밀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양당이 통합을 성사시키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우선 자민련이 당내 반발을 제대로 무마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또 국민회의 일각에서 "총선 전에 통합하면 여야의 1대1 구도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여당에 부담" 이라며 '총선 전 통합' 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당 대 당' 합당이 아니라 헤쳐모여식 통합이 될 경우 자민련 잔류파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JP는 자민련 잔류파와 충청권에서 정면대결해야 한다.

따라서 통합은 金총리의 위상 보장 등 복잡한 조건을 DJT간 막후 대화로 풀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경.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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