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거부'하는 TV…美 '퍼스널 비디오 레코더'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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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TV에서 방영중인 광고를 시청자가 마음대로 차단하는 장치를 내장한 TV가 개발됐다. 미국에선 최근 실리콘 밸리의 리플레이TV사와 TIVO사가 선을 보인 '퍼스널 비디오 레코더' (Personal Video Recorder)가 바로 그것.자칫하면 TV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PVR은 TV에서 광고가 등장하는 순간 시청자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뮤직 비디오나 야구경기 하이라이트 등 하드 디스크에 미리 입력된 프로가 광고 대신 나오게 한다.

컴퓨터 칩과 디스크 드라이브 기술을 비디오에 결합한 기능 때문이다. 또 하드디스크가 내장돼 있어 최대 30시간까지 원하는 프로그램을 입력할 수 있고 녹화용 테이프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PVR 사용자가 늘어나면 광고를 외면하는 시청자도 늘어날 것이다. 광고 대행사는 물론이고 전적으로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방송사로선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는 대목이다.

두 제작사는 입력된 프로그램이 나오는 동안 화면 아래부분에 배너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프로그램 성격과 시청 가구별로 차별화된 광고전략을 세울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코카콜라사나 제너럴 모터스사와 이미 광고에 관한 협의가 끝난 상태다. 실제 NBC는 위협적인 '광고 건너뛰기 시스템' 의 운용방식을 놓고 리플레이TV사, TIVO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채널이나 컴퓨터 기술이 발전할수록 PVR의 활용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미국내에서도 PVR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분하다. 올해 초 PVR과 관련한 보고서를 냈던 미디어 분석가 조쉬 버노프는 "10년내에 80% 이상의 가정에서 PVR을 보게 될 것" 이라고 장담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방송사들은 광고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프로그램당 시청료를 받는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사람마다 시청 행태가 다양한데다 현대 사회에서 TV 광고는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가격은 5백달러 (약 60만원)~1천5백달러 (약 1백80만원) 선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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