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첫 1위 오성환군등 4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태국의 자연산 향신료를 분석하라. "

지난 5일부터 4일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제31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전세계의 내로라 하는 '고교생 화학도사' 1백94명은 적잖이 당황했다.

합성이나 농도맞추기 분석 등을 수도 없이 연습한 '선수' 들이었지만 '향신료 분석' 은 예상을 깨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부분 선수들이 문제풀이에 실패한 가운데 한국의 '화학 국가대표 4인방' 은 뛰어난 풀이능력을 과시, 종합 1위 (금상 3.은상 1) 를 차지했다.

주인공들은 오성환 (吳成煥.18. 서울과학고3). 주영석 (朱煐碩.17.서울과학고2).하동균 (河東均.18. 부산과학고3). 박기영 (朴紀映.18. 한성과학고3) . 92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1등의 쾌거를 안긴 이들의 영광은 지난해 여름에 흘린 땀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한국과학재단이 주최한 '여름학교' 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30명의 고교생들이 모였다.

다른 친구들이 방학을 이용해 여행을 다니고 휴식도 취하는 동안 이들은 포항공대.한국과학기술원.서울대를 돌아다니며 화학공부에 열중했다.

이 여름학교에서 8명이, 그리고 다시 겨울학교를 거쳐 최종 4명이 지난 2월 선발됐다.

이들은 학교 수업 들으랴, 대회 준비하랴 바쁜 와중에서 서울대 화학과 분석화학 실험수업에 청강생 자격으로 참가, 대학생 형들과 함께 수업까지 듣는 '특혜' 까지 누렸다.

6시간 이상 줄곧 서있으며 화학반응을 연구할 때는 다리에 쥐가 나는 것도 예삿일이었지만 물질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에 신이 나기만 했다.

개인성적으로는 가장 좋은 6위를 차지한 吳군은 "실험을 하면서 물질의 근본과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이면을 발견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며 "성적이나 결과는 그 다음 문제" 라고 소감을 밝혔다.

"실험에 살고 실험에 죽는다" 고 거리낌없이 외치는 이들 '화학 4인방' 의 얼굴에서 '기초과학 강국' 의 미래가 엿보였다.

글.사진 =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