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타미 개혁불꽃 소리없이 꺼져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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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불길처럼 번지던 이란의 학생시위가 보수파의 대반격으로 주춤하고 있다.

성직자 등 보수파 10만여명은 14일 수도 테헤란에서 '이슬람교 사수 결의대회' 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학생시위를 반국가시위로 규정짓고 강경진압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이날 진압작전에서 보안군과 시위대의 충돌로 30여명이 사망했으며 헬기와 장갑차.탱크까지 동원됐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 시위 배경 = 이번 시위는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을 지지하는 일간지 살렘의 폐간에 자극받아 발생했다.

시위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언론자유 신장 ▶개혁 가속화 ▶보수파의 개혁방해 중지 ▶여성의 복장 자율화로 압축된다.

하타미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경제재건' 과 '법에 기초한 통치' 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이후 그는 경제재건을 위해 79년 혁명 이후 국유화한 대부분의 기간산업을 민영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종교세력의 음악.영화.출판에 대한 검열을 폐지했다.

신문의 창간도 자유화했다.

여성의 지위 향상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보수파들은 하타미의 정책이 이슬람교와 혁명정신을 벗어난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이같은 갈등에서 하타미가 추진한 개혁정책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신문폐간에서 드러나듯 언론자유도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 전망 = 14일까지의 양상은 보수파의 반격이 매우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하타미의 개혁은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강경파들과의 대립으로 물러난 하세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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