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수요기획' 독립제작자 기획물 경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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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미국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다 뒤늦게 TV영상을 공부한 이인수씨. 미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올 2월 프라이엄프 픽쳐라는 독립제작사를 차렸다. 반면 알고 지내는 국내 방송계 인사가 없어 미리 제작한 테이프를 들고 KBS1 '수요기획' (밤 12시) 문을 두드렸다.

KBS측은 작품을 보고 선뜻 방영을 결정했다. 그래서 지난 4, 5월에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백악관 자문변호사가 된 홍기표씨와 뇌암을 이기고 국제시인대회에서 입상한 변진상군의 사연을 각각 내보내 호평을 받았다.

14일에는 가난한 형편에도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미국에 건너가 최연소 조지타운 대학 종신교수에 오른 화가 문범강씨를 소개한다. 문교수는 한국의 대표적 화가 천경자씨의 사위. 그러나 그는 '천화백의 사위'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오직 독학으로 세계적 명성을 날리는 예술가로 성장하게 됐다.

이처럼 KBS '수요기획' 의 독특한 형식이 화제다. 지난해 가을 개편 신설 이후 독립제작자들의 경연무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곳을 통과하면 실력을 인정받게 돼 향후 정규 프로를 맡을 수 있는 지렛대 역할도 한다.

그래서 경쟁률도 만만찮다. 1주 평균 4~5편의 기획서가 접수되지만 엄밀한 심사를 거쳐 전파를 타는 작품은 주 1편. 외부제작사에 문호를 활짝 열어놓은 만큼 주제나 소재의 제한도 없다.

지난 7일엔 부모들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 9명을 입양해 감동적 사랑을 펼치는 박형규씨 부부가 소개되자 수백통의 후원전화가 밀려들었고 (다큐인 제작) , 6.25 특집에선 흥남 대탈출 당시 통역장교로 일하며 북한주민을 대거 탈출시킨 현봉학씨의 비화를 다뤄 관심을 모았다 (리스프로 제작) .

길환영 책임프로듀서는 "독립제작사의 TV등용문 역할을 맡고 있다" 며 "아이디어가 좋고 화면이 뒷받침되면 환영이다" 고 말한다. 하지만 충분하지 못한 제작비 지원은 계속 숙제로 남아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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