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젊은이여, 인터넷 사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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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사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를 분석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요인이 있다.

다름 아니라 정보기술의 발달이 그것인데, 정보기술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인플레이션도 억제하며 나아가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미국 국민들의 경제적 부 (富) 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몇년 사이에 정보기술분야의 발전이 경제성장의 3분의1을 담당했고 지난해만도 1백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지난 2년 사이 인플레 요인의 0.7%를 제거하는 업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사이 미국대학 졸업생들의 사회진출 모습도 크게 변하고 있다.

즉 예전 같으면 대기업이나 증권.금융기관에 투신해 안정적 직업을 확보하거나 큰돈을 버는 것을 추구했는데 반해서, 지난 몇년간의 추세는 대기업보다는 정보기술분야에 뛰어들어 인터넷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업하겠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그동안 인터넷 사업분야가 마치 신천지와 같이 새롭게 등장해 1백50여년 전의 서부개척시대의 골드 러시 (gold rush) 와 같이 일확천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6년에 미국에서 창업된 회사 중의 35%가 26~35세 사이의 젊은이들에 의해 설립됐으며,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을 미루는 학생수가 늘어남에 따라 대학원의 등록생수가 2% 줄어든 것이다.

더욱이 몇몇 대학에서는 2~3학년 재학생들조차 학업을 중단하고 인터넷 사업쪽으로 뛰어드는 경향조차 있다.

인터넷 사업의 묘미는 누구든지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으면 젊은이 몇몇이 모여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일단 시작하면 주위의 벤처 자본가들이 적극 돈을 대주며, 어느 정도 성공의 기미가 보이면 주식시장에 상장해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묘미는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아주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시작해 불이 붙기만 하면 다른 제조업이나 유통업과는 달리 흥미를 유발해 일을 하다 보면 집에 가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가 된다.

또 인터넷 사업이란 누구를 만나서 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몇몇 사람이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넥타이를 매고 근무하기보다는 피자를 먹으며 청바지 입고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렇게 사업을 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배울 수 있으므로 마치 월급 받으며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넷 사업도 물론 여러가지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

먼저 벤처사업이란 안정을 추구하기보다는 불확실한 성공을 찾아가는 불안정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불안정 속에서 헤매는 사이에 기업에 취직한 동기생들은 승진의 코스를 밟으며 두툼한 월급봉투 속에서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요사이 미국의 젊은이들이 인터넷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이러한 혁명적 기회는 과거 세대에도 주어지지 않았고, 미래에도 기회가 주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사이 우리 대학의 젊은이들을 보면 취직이 어려워짐에 따라 고시나 회계사 등 자격증 시험에 온 힘을 바치고 있다.

심지어 공학도들조차 고시나 회계사 시험에 몰두하고 있고, 고등학교 졸업생들도 법대나 의대에 가서 안정된 직업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은 미국 등 선진국 젊은이들의 모습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시내의 고시방에서 시험문제를 풀고 있는 수십만명의 젊은이가 우리나라에 있는가 하면 선진국에서는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새로운 서부를 개척하듯이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늦은 밤까지 일하는 젊은이들이 수없이 늘어가고 있다.

과연 어느 젊은이가 앞으로 더 발전하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겠는가.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도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통해 현대판 개척자로 뛰어야 할 때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인터넷의 열기가 안방으로 확산돼 어린이부터 주부.고령층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학교에서 선구자 노래를 부르고는 고시방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업을 통해 행동하는 젊은이로서 우리 사회의 뒤떨어진 측면을 발전시켜 나가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다.

젊은이들이여, 내일이면 늦는다.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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