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브리핑] 학계- '새천년 기틀' 해법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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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세기의 학술적 의미를 평가.정리하고,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한 철학적.이념적 토대 마련이 상반기 학계 전반의 최대 화두였다.

'20세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 라는 주제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는 그 대표적 성과. 전국 10개 주요 역사학관련 학회가 동원된 이 대회에서는 20세기가 우리에게 '문명의 종말이냐, 새로운 문명의 창조냐' 라는 질문을 남긴 기로의 세기였다고 규정했다.

국민의 정부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1주년을 평가하는 학계의 작업도 다양하게 이어졌다.

2월 22일 아태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국민의 정부 - 1년의 평가와 전망' 학술회의는 정부의 국정운영을 다양한 시각에서 평가하는 한편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했다.

또 한국정당정치연구소에서는 '김대중 개혁 대해부' 라는 저술을 통해 대통령리더십. 선거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 등 분야별 평가를 담아냈다.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 에 대한 논란도 상반기 학계의 주목거리. 김대통령의 화해 선언과 박정희 기념관 설립 추진이 있었고, 소장학자들은 이에 반대, '민주화운동 기념관' 설립 논의를 구체화했다.

또 학술단체협의회 주최의 5.18광주민중항쟁 19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는 광주민중항쟁의 전국화.세계화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모색하는 자리로서의 의미를 남겼다.

진보평론의 창립과 기념 심포지엄도 상반기 학계 활동 중 주목되는 성과. 김진균. 손호철. 서관모 교수 등 '진보' 를 자임하는 이론진영의 대학교수들과 노동운동.사회운동 등 실천진영의 활동가 2백여명이 집결했다.

2000년부터 시행될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의 제정에 뒤따라 국가기록관리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상반기의 주요 성과. 국가기록관리연구원은 1월말 사단법인으로 공식출범했으며, 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해 5월 17일 국가기록관리교육원을 설립했다.

이같은 활발한 활동과 함께 초대 문교부장관을 지낸 안호상 선생과 재야 한학계의 거두 임창순 옹이 각각 2월, 4월에 유명을 달리해 후학들을 안타깝게 했다.

현단계 학계의 핫이슈는 지난 5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두뇌한국21 (Brain Korea 21)' 정책의 향방. 대학을 단순한 기업체로 보고 정책을 정했다며 교수들이 거리시위까지 마다않는 이 정책을 강행할 것이냐 수정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1900년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올 하반기는 일반인들에게도 설렘이 되듯 학계에서도 마무리하지 못한 20세기의 과제들을 모두 짚어보겠다는 의욕이 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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