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걱정되는 부산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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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의 분위기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

치솟는 실업률에 경제가 오그라들면서 수년 전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불만이 이제는 위험수위까지 차오르고 있다.

급기야 최근 삼성차의 처리발표를 계기로 내일엔 '김대중 (金大中) 정권 규탄대회 및 삼성제품 불매 1백만명 서명운동 발대식' 을 갖기로 하는 등 이대로 가면 파문이 더 걷잡기 어려울 분위기다.

우리로서는 부산의 지역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신발업이 사양길로 들면서 경제침체가 계속되고 연초엔 한.일어업협정으로 주산업의 하나인 어업마저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실업률만 해도 부산이 최고다.

여기에 삼성자동차가 문을 닫으면 2.7%포인트가 올라 실업률은 12.3%로 치솟는다고 한다.

부산시민들로서는 마땅히 소외감을 느끼고 타개책을 갈망할 입장인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중심이 없는 정부에 책임이 크다.

지역편중을 시정한다지만 정권출범후 취해진 인사.산업정책 등에 있어 상당 부분 부산의 불만을 살 일도 있었다.

삼성차의 경우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강요된 빅딜로 결국 해결만 더 꼬이는 결과를 빚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삼성에 책임을 맡겨놓았더라면 문을 닫더라도 지금처럼 조직적인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부산시민들 속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불안한 부산 민심이 더이상 증폭돼서는 곤란하다.

그것이 단순한 경제적 불만을 넘어 정치문제와 지역문제로까지 발전해서는 나라 전체와 국민 누구에게도 이로울 수 없다.

그러려면 해결은 경제논리에 맡겨야 한다.

문제가 경제문제인 만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좋으나 기업의 사활까지 강요해선 경제가 설 땅이 없다.

부산시민들도 지역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좋으나 사태해결을 지켜보는 진중한 태도를 갖도록 당부한다.

정치인 가운데도 행여 내년 총선과 관련해 여기에 무임승차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이나 여야정치인들이 떼지어 현지로 몰려가는 행위는 격앙된 분위기만 촉발할 우려가 있으므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일은 정부가 지혜를 짜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 민심을 껴안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신속한 처리가 선결이다.

막상 개입은 하면서 개입을 하지 않는 양 하는 정부의 지금 태도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정부는 자꾸 우왕좌왕만 할 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빨리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삼성측도 피해를 본 협력업체들의 손실은 약속한 이상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삼성 등 관계자들이 빨리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제2의 도시 부산을 이대로 놓고는 우리의 원활한 경제회생을 기약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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