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료 한해 1조 샌다] 전문가들이 본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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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되풀이되는 허위.부당청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후관리를 위한 인력 부족, 자료조사권조차 없는 공단지사의 허약한 체질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 이 부정을 방치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위청구가 드러나도 소정의 과징금만 내면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징금은 보통 적발 액수의 3~5배. 규정상 3개월 진료기록부만을 조사대상으로 뒤지기 때문에 환수되는 돈은 대충 1년치 부당이익금 정도다.

'걸려도 남는 장사'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행정처분의 맹점 때문.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崔秉浩) 박사는 "부당청구 가능성이 있는 기간을 모두 가산해 부정이득금을 최대한 환수하고, 동시에 업무정지와 같은 강도높은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환자에게 진료행위를 상세하게 기록한 진료비 명세서를 발급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 이라고 말한다.

환자가 직접 진료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시일이 지난 뒤에도 과잉.부당진료 확인이 쉬워져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 진료비 지불제에 의한 재정누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포괄수가제가 제시된다.

포괄수가제란 '백내장은 얼마' 하는 식으로 미리 진료비 총액을 정해놓는 것.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논란도 있지만 지난해 2~7월 전국 4백28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실시 결과 항생제 사용이 평균 10%, 병원방문 및 입원일수 역시 5% 정도 감소하는 등 과잉진료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별가산제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김창엽 (金昌燁) 교수는 "대형병원에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1차 의료기관 환자를 2, 3차에서 치료했을 때 보험료를 깎는 방식 (수가차등제) 으로 병원간 역할분담을 유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정부의 보험재정 지원금 역시 처음 약속을 지켜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88년 지역의료보험 시행초 정부는 매년 전체 지역의보재정의 50%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98년 28.1% (1조7백59억원) , 올해는 24.5% (1조6백56억원) 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올해 지역의보료를 올리기 전 정부가 예상한 적자 규모는 5천억원. 만일 50% 지원약속을 지켰다면 보험료 인하도 가능했다는 계산이다.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金淵明) 교수는 "국가 부담이 늘어나면 재정을 아끼기 위해 정부가 부당청구 등 재정안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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