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살리기 해법 막막…정부도 갈팡질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내놓은 삼성자동차 해법은 간단하다.

무조건 '삼성.대우가 책임지라' 는 것이다.

삼성은 내놓기로 한 2조8천억원을 어떻게든 만들어내 빚을 갚고 대우는 부산공장을 인수해 정상가동시키라는 게 정부의 주문이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삼성에 대해서는 2조8천억원을 부담하지 않을 경우 금융제재를 ▶대우에 대해서는 부산공장을 인수할 경우 신규자금 지원 방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는 "삼성차 빅딜은 당초 부산 민심만 고려해 정치적 해법에 따라 태어난 사생아 (私生兒)" 라며 "경제논리와 동떨어진 해법을 찾다보니 악수만 거듭, 수습불능에 스스로 빠진 형국" 이라고 말했다.

◇ 정부 복안 뭔가 = 강봉균 (康奉均) 재정경제부 장관은 총리주재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건희 (李健熙) 삼성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가 2조8천억원에 미달하면 이는 李회장이 책임져야할 것" 이라고 밝혔다.

우선 하청.협력업체들이 요구한 손실보전액은 李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70만주를 처분해 해결하라는 것이다.

주당 70만원씩 장외에서 매각하든지, 계열사들이 떠안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나머지 3백30만주도 삼성 계열사들이 주당 70만원씩에 "못 떠안을 것도 없다" 는 게 康장관의 설명이다.

이 경우 소수주주나 외국인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삼성측 주장에 대해선 "삼성이 알아서 할 일" 이라는 것이다.

부산공장 처리는 "무조건 가동시키면 된다" 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우측은 "빚을 줄이라며 계열사를 팔아치우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부산공장을 인수하라면 구조조정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부산 민심 다독거리기에 급급한 정부가 삼성차를 대우에 인수시켜 어떻게든 내년 총선까지만 가동시키려 한다" 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채권단도 고민이다 =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부산공장을 재가동하면 신규자금 지원, 대출금 상환유예 등에 따라 수천억원의 추가 부실이 불가피하다" 며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어 고심 중" 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또 대우가 삼성차를 인수할 경우 수천억원대의 운영자금을 빌미로 대우그룹에 대한 대대적 금융지원이 재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삼성차 문제는 이미 은행 손을 떠난 지 오래" 라며 "삼성과 정부가 처리방안을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 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정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