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0km 미사일 개발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을 방문 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재발사할 경우 단호한 대처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서해사태 후 한.미 정상간의 대북정책 공동대처 재확인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제치고 미국과 일방협상을 통해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보는 북의 오판 (誤判) 을 차단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金대통령이 사 (射) 거리 5백㎞ 미사일의 독자적 개발을 추진할 뜻을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이 제안은 지난 4월 한.미간에 묵인된 사거리 3백㎞ 미사일 개발의 보장을 확인하면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억지력을 보유하고 장차는 과학발전을 위한 평화적 용도로서 미사일 연구.실험의 가능성을 여는 한.미간 논의의 시작이라고 우리는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의 제2 미사일 발사 조짐이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고 있다.

서해교전의 참패를 만회할 출구로서, 군부 사기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처로서 북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과 일본 정보소식통에 의하면 미사일 발사대 확장공사를 위한 대형 트럭 및 건설장비 이동이 활발하고 발사 예정장소로의 연료운송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5월 초 미사일 엔진 연소실험도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만 계속해 미사일 개발에 손을 묶고 있을 수는 없다는, 강한 미사일 주권의지를 보인 셈이다.

물론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남북간의 군비경쟁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될 수 없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북이 미사일을 앞세워 평화를 위협하고 대남전략의 중요 흥정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를 묵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 미사일로 벼랑끝 전술을 펼 경우 우리도 가만 있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표명이 5백㎞ 미사일 개발 의지다.

미사일 개발과 실험은 전쟁 억지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평화적.경제적 용도로서 첨단과학 정보화시대엔 필수불가결한것이다.

이미 기후.정보.방송통신을 위한 평화적 용도로서의 미사일 개발과 실험은 각국이 경쟁하는 기술개발에 속한다.

방송통신용 위성을 쏘아올릴 때마다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국 발사대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金대통령의 사거리 5백㎞ 미사일 연구.실험 제안은 단순히 소모적 무력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군비경쟁 차원에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북의 무력도발을 억지하면서 평화적.경제적 용도로서의 미사일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방안을 한.미간에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