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회담 결렬…다음 일정 못잡고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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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베이징 (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이 3일 완전 결렬됐다.

남북한은 이날 오전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수석대표 접촉을 갖고 회담재개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양측 이산가족 상봉과 비료지원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우리측 양영식 (梁榮植) 수석대표는 "북측이 여전히 선 (先) 비료지원을 주장했다" 며 "북측에 추후 판문점 직통전화를 통해 연락하자고 제안했으나 답이 없었다" 고 밝혔다.

박영수 (朴英洙) 북측 단장도 기자회견을 갖고 "남측이 비료수송계획서를 내놓고 첫 배를 띄우면 회담이 재개될 것이나 북측이 먼저 연락하지는 않겠다" 고 말했다.

우리 대표단은 3일 귀국했다.

[결렬 배경과 전망]

남북 차관급회담 결렬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얼어붙게 됐다.

서로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남측) , "남측 대표단 철수를 일방적 도주로 간주한다" (북측) 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일정기간 냉각기를 가진 뒤 비공개 채널 등을 통해 회담 재개가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

◇ 회담 결렬 배경 = 무엇보다 서해 교전 (交戰) 사태와 민영미 (閔泳美) 씨 억류 등 돌발적인 장외 (場外) 변수가 암초가 됐다.

회담시작 전부터 북한은 대표단 명단을 통보하지 않고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등 지연전술을 폈다.

정부는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대표단 철수 등 강경대응으로 나갔다.

대북 지원 비료 중 북한에 아직 전달되지 않은 10만t의 수송을 '이산가족 문제 진전' 이후로 미뤘다.

북한측은 1일 회담에서 황장엽 (黃長燁) 씨의 김정일 (金正日) 비난 발언까지 문제삼아 '판깨기에 들어갔다' 는 관측을 낳게 했다.

◇ 남북관계 =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말. 회담 결렬에 따라 국민의 대북 지원 등의 생각은 보수적 방향으로 흐를 전망이다.

정부는 당분간 헝클어진 대북정책의 틀을 다시 짜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대북 포용정책 기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겠지만 회담 결렬에 따른 전략수정 등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 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밑접촉을 통한 대화재개 문제는 논의될 수 있다.

한 회담 관계자는 "오는 8일 김일성 (金日成) 사망 5주기 행사가 끝난 뒤 남북한은 7월 중 대화재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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