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제 전면 수용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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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월 1일 목요일 오후 5시30분 청와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단독 회동했다.

통상 DJP 회동은 정례 국무회의가 있는 매주 화요일에 이뤄졌던 만큼 이례적인 일정이었다.

더구나 청와대와 총리실측은 주초까지만 해도 DJP 회동 일정을 잡지 않았었다.

金총리가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지난달 25일 이미 한차례 회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30일 밤 총리실측에 갑작스레 회동 일정을 통보했다.

金대통령이 "출국 전 총리를 만나야겠다" 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총리실은 해외 출국 전의 의례적인 만남 정도로 알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金총리는 실제로 별다른 보고자료 없이 빈손으로 청와대로 향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난 金총리가 특검제 전면 도입을 건의하자 金대통령은 "총리께서 알아서 해달라" 는 말로 사실상 전권 위임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5일 회동에서 이미 특검제 확대 실시를 건의했었던 金총리지만 다소 놀랐다고 한다.

당시 金대통령은 답변을 유보한 채 침묵했었기 때문이다.

총리실은 이때부터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회동을 마치고 난 金총리는 김용채 (金鎔采) 비서실장을 총리 공관으로 불러 2일 국회 답변 때 특검제 전면 수용 입장을 밝히기로 하고 은밀한 준비를 지시했다.

함구령도 내렸다.

그러나 돌발변수가 생겼다.

2일 아침 대통령 출국행사를 마치고 난 뒤 金총리는 성남공항에서 김영배 (金令培)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김중권 (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과 긴급 회동,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특검제 제한 도입이라는 기존 입장 고수를 밝혔던 金대행이 반발했다.

金대행은 "특검제 협상이 여야간에 진행 중인데 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이를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 고 했다.

결국 논란 끝에 여권 수뇌부는 '옷 사건 등을 포함, 사실상 특검제를 전면 도입하되 발표 창구는 공동여당으로 한다' 는 데 뜻을 모았다.

"여야간에 (특검제 전면 도입을) 합의해오면 정부는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 는 요지의 총리 답변은 이렇게 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박승희.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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