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두뇌한국 21' 사업 홍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교육부의 '두뇌한국 21' 사업으로 대학가가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전국 국.공립대와 사립대 교수협의회가 "사업이 실시되면 소수 대학에 집중 지원, 나머지 대학을 황폐화시킨다" 며 대규모 항의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들은 오는 20일 응모 마감일을 앞두고 교수 해외연수.출장도 금지하는 등 총 비상이 걸렸다.

일부 대학들은 다른 대학과 공동 응모하는 '연대 전략' 까지 짜내고 있지만 대학 내에서도 학과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1~2일 제주에서 전국 대학총장 1백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1세기 대학의 역할'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총장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대는 이 사업중 핵심인 대학원 중심대학 분야 (이공 9.인문사회 5)에 모두 지원할 계획이지만 사회대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공대는 4개 사업단 (기계.재료.정보기술.화공) , 자연대는 3개 사업단 (생물.물리.화학) 을 구성하고 의대.치대.약대는 공동지원할 예정이지만 인문계는 아직 지원분야.방법을 정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고 말했다.

포항공대도 농생.의생명 분야를 제외한 전체 이공분야에 주관대학으로 지원할 계획이지만 학교 규모가 작아 영남권내 다른 대학과 제휴, 지원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정보기술. 의생명. 한국학. 문화학.사회발전 분야에서 사업단을 구성했고 화공. 물리. 화학. 생물. 동아시아학 분야는 구성 중이다.

지난해부터 사업참여를 준비해온 고려대는 생명과학은 단독으로 지원하고 정보기술.화학분야는 서울대, 물리분야는 한국과학기술원 (KAIST) , 의학분야는 연세대와 각각 연대, 지원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교수.학생 수가 적은 서강대는 인문사회계에서는 공동으로 한개 핵심분야에 주관대학으로 참여하되 물리.화학.생명공학과는 다른 대학과 제휴하는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성균관대는 의학.물리 분야에서 서울대와 제휴, 공동 지원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세칭 상위권 대학들이 이같이 '두뇌한국 사업' 에 혼심을 쏟는 것은 선정되지 못하는 분야는 자칫 '2류' 라는 인상을 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교협 세미나에서 연세대 김병수 (金炳洙) 총장은 "지식 기반 사회에 대비해 학부.교육 중심에서 벗어나 대학원.연구중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며 찬성한 반면 충남대 윤형원 (尹亨遠) 총장은 "서울 위주 소수대학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연구중심대학은 헌법의 교육기회 균등 정신이나 지역 균형발전에 어긋나는 기형적인 발상" 이라고 공박했다.

김정하.서익재.홍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