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美국방장관 사회자질문 격분 생방송중 퇴장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신중한 처신으로 유명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영국 BBC방송의 생방송 출연 도중 사회자의 신랄한 질문에 자제력을 잃고 퇴장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키신저는 지난달 28일 BBC의 유명 앵커인 제레미 팍스먼이 진행한 라디오4 방송의 '스타트 더 위크' 생방송 도중 그가 관장한 미국의 70년대 외교정책에 대한 질문에 격분해 이같은 방송 사고를 냈다.

키신저를 한껏 치켜세우며 인터뷰를 시작한 팍스먼이 키신저를 자극한 결정적인 질문은 지난 73년 인도차이나 평화협상 타결과 관련한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것. 키신저는 "상을 받으면서 사기라는 느낌이 조금도 없었느냐" 는 질문에 " (당신 방금) 무슨 느낌이라고 (말한 거요)" 라며 발끈했다.

일단 열받은 키신저는 "당시 미국이 캄보디아를 폭격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으며 이는 중립국에 대한 (미국의) 비밀 작전" 이라는 등 팍스먼의 자극적 발언이 계속되자 점점 자제력을 상실해 갔다.

키신저는 "당신은 최소한 방송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지식을 갖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냐" 고 맞받아치며 팍스먼과 정면충돌했다.

마침내 키신저가 방송 도중 스튜디오를 퇴장하자 팍스먼은 그의 등 뒤로 "오케이, 잘 가세요. 키신저 박사" 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BBC는 " '도전적인 대화' 가 청취자들을 즐겁게 했지만 키신저가 함께 출연한 인권운동가들과 토론을 하지 않고 떠난 것은 슬픈 일" 이라고 논평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