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소년 아빠찾아 3만리는 13세 꼬마의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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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유수 신문.방송들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에 놀아났다.

뉴욕 타임스.CNN 등은 지난달 28~29일 13세 소년 에드원 다니엘 사빌론 (13) 이 유일한 혈육 아버지를 찾아 멕시코 국경을 넘어 뉴욕까지 장장 7천여㎞를 혼자 여행했다는 극적인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빌론은 지난해말 허리케인이 몰고온 산사태로 집과 가족을 잃은 뒤 친구집에 얹혀 살다 간신히 뉴욕에 있던 아버지 그레비 사빌론 바스케스와 연락이 닿아 지난달 22일 집을 나섰다는 것. 그의 품속에는 "6월 25일에서 27일 사이에 뉴욕 라과디아 공항 입구에서 흰색 T셔츠와 검은색 바지.검은 색 모자를 쓰고 너를 기다리겠다" 는 아버지의 편지와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빌론은 37일간 걷거나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며 멕시코.플로리다를 지나 천신만고 끝에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한 게 약속 마지막 날을 하루 넘긴 28일 오후 8시였다고 언론에서 말했다.

그의 딱한 사정이 보도되자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아버지 바스케스가 나타나면 부자 (父子) 상봉을 위해 그의 불법체류 사실을 문제삼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뉴욕 경찰도 바스케스가 있을 법한 슬럼가를 집중 수색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온두라스에서부터 여정 (旅程) 을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사빌론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AP통신은 30일 산사태로 죽었다고 했던 사빌론의 할머니 폴라 헤르난데스 (65) 와 접촉, 그의 아버지 바스케스가 지난해 10월 에이즈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헤르난데스는 "그 녀석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미국에서 살고 싶어 그런 것 같다" 고 말했다.

뉴욕 = 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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