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양대 노총대표 면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30일 노동계 대표와 만났다.

박인상 (朴仁相) 한국노총.이갑용 (李甲用) 민주노총 위원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머리띠를 두르고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과 관련, '현 정권 타도' 를 외쳤다.

그런 만큼 이날의 만남은 金대통령으로선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경제안정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金대통령은 1일에는 경제단체 대표 등 사용자 대표들과도 만난다.

"민심 우선과 대화정치의 일환" 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金대통령이 노동계에 보낸 메시지는 어찌보면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원만한 노사관계에 대한 당부로 집약된다.

원론적인 것이지만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같은 말도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게 청와대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요즘 金대통령이 부쩍 경제가 좋아졌다고 방심해선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 며 "金대통령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시점에서 노사관계의 원만한 운영이 가장 필요하다고 金대통령은 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金대통령은 그를 저해하는 어떠한 상황도 불허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정리해 놓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조폐공사 파업 유도 파문에 대한 국정조사 지시도 그중 하나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金대통령은 이날 조폐공사 문제로 야기된 노동계의 대정부 불신을 씻어주려 애썼다.

노동계 대표들에게 "조폐공사 사건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노사문제는 노동관계 차관회의를 중심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金대통령은 복지정책의 적극적 추진을 약속했다.

경제회복 성과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구속 노동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도 약속했다.

"金대통령으로선 나름대로 많은 것을 선물했다" 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金대통령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완전한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전반적 분위기는 아주 진지했다는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