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집에 온 민영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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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금강산 관광을 떠난지 열흘만에 집으로 돌아온 민영미 (閔泳美) 씨는 피곤함 때문에 취재진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하면서도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閔씨는 억류상황이 길어져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들 때마다 "반드시 살아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집으로 돌아온 소감은.

"말할 수 없이 기쁠 뿐이다. 아이들이 가슴이 저리도록 생각났다.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북측에서 지시하고 요구하는 대로 사죄문을 썼을 뿐이다. 귀순을 종용했다는 북측 얘기는 모두 거짓이다. "

- 언제 가족들이 가장 보고 싶었나.

"억류 둘째날인 21일 오전 10시쯤 밖으로 화장실을 가는데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갤로퍼 승용차 안에 있던 종훈이가 '엄마' 하고 불렀다. 애를 데려다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컨테이너 부스로 돌아와 과연 다시 가족들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서러워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

-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는 없었나.

"폭행을 하거나 잠을 안 재우는 경우는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강압적인 분위기였다. 조사관으로부터 '진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3년이고 10년이고 여기서 살아야한다' 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소름이 끼쳤다. "

*** 주민 20여명 무사귀환 환영

북한에 엿새동안 억류됐다 풀려난 뒤 서울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민영미씨는 29일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입원 나흘만에 퇴원했다.

○…오전 10시35분쯤 남편 송준기 (宋俊基) 씨의 팔짱을 끼고 병실을 나온 閔씨는 건강을 회복했음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

짙은 갈색 반팔 티셔츠와 검정 청바지 차림의 閔씨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상기된 목소리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고 말문을 연 뒤 "사죄문은 북한에서 시키는 대로 강제로 썼다. 진실이 아니다" 고 말하고는 가족들의 부축을 받은 채 승용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閔씨가 귀가할 당시 20여명의 이웃 주민들이 골목길에 나와 박수를 치며 환영했고 閔씨 집앞에서 3백여m 떨어진 동사무소에는 '민영미씨의 무사귀환을 환영합니다' 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리기도 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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