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육개혁] 한국은… 종합대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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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 대학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백화점식 운영이라는 점이다.

웬만한 대학은 모두 종합대학이고, 무조건 많은 학과를 거느리려고 한다.

한국의 대학에는 독문학과가 68개나 된다.

재학생수 1만2천여명에 연간 학사 졸업생이 2천3백여명. 정작 독일에서도 독문학과 졸업생은 연간 2천명이 안된다.

미국에서는 물리과목 교사가 되려면 일반대 물리학과에서 물리를 배우고 사범대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면 되지만 우리는 사범대와 일반대에 모두 유사과목이 개설돼 있다.

여러 대학 같은 학과간 학문적 차별화를 찾아내기 힘들 정도다.

국가적으로 보면 대학간 중복투자라는 낭비다.

대학으로선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이 사방으로 분산돼 경쟁력 있는 학과의 집중육성이 어려워진다.

한국의 대학들은 그동안 대외적 체면치레와 모집정원 증원을 위해 무리하게 학과를 신설해 왔다.

진학 희망자가 모집인원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학생들은 몰려들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대학 모집정원이 진학희망자 수에 육박한 데다, IMF사태로 진학 희망자가 줄면서 대학들도 특성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교육부도 올해부터 7년동안 1조4천억원을 투입하는 '두뇌한국 21' 사업을 통해 대학들의 특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성화의 최대 걸림돌은 대학사회의 집단 이기주의. 대학간 특성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난해부터 강원.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대학간 유사학과를 '빅딜' 하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관련학과 교수들의 반발로 진척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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