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수3당 연립정권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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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쿄 = 오영환 특파원]일본에 자민.자유.공명당의 강력한 3당 연립정권이 탄생한다.

3당이 연립할 경우 중의원은 물론 참의원까지 과반수 의석을 넘어 법안통과가 수월해지는 등 일본 정국은 급속히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총리) 자민당 총재는 28일 현재의 자민.자유당 연립정권에 야당인 공명당을 포함시키는 방침을 공식 표명했다.

오부치 총리는 자민당 간부회의에서 지금까지 공명당과 정책별로 제휴하는 각외 (閣外) 협력에서 벗어나 공명당이 내각에 입각하는 완벽한 연립정권을 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승인을 받았다.

오부치 총리는 "지난해 가을 이후 참의원 의석이 과반수를 밑도는 상황에서 공명당의 협력으로 많은 법안과 예산을 확정해 정국을 안정시켰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부치 총리는 다음달 초 간자키 다케노리 (神崎武法) 공명당 대표와 회담을 갖고 연정 수립을 요청한 뒤 8월 13일 국회폐회 이전에 연립정권을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도 자민당의 연립정권 참여 요청에 응한다는 방침 아래 다음달 24일 임시 당대회에서 연정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노나카 히로무 (野中廣務) 관방장관 등 자민당 수뇌부는 오자와 이치로 (小澤一郎) 자유당 당수를 방문해 공명당과의 연정 구성 방침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공명당이 연정에 참가하면 연립 3당의 중의원 (5백석) 과 참의원 (2백52석) 의석수는 모두 과반수를 훨씬 넘는 3백56석과 1백41석으로 늘어난다.

자민당이 자유당에 이어 공명당과의 연정에 나선 것은 정권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자민.자유 연립정권은 중의원 과반수를 넘지만 참의원은 과반수에서 10석 밑돌아 국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공명당의 협조로 굵직한 법안을 통과시켜 왔지만 공명당을 붙들어두기 위해서는 연정 구성이라는 안전판이 불가결했다.

자민당은 또 공명당의 모체단체인 소카가카이 (創價學會) 의 선거 협력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 해산 때 약 7백만표의 소카가카이의 조직표를 확보할 수 있다.

공명당은 자민당과의 연정으로 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쥐어 이미 '지역진흥권' 구상과 '어린이 인구감소 대책' 을 실현시켰다.

선거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공명당으로선 중의원 해산 시기를 늦출 수 있어 연정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자유당의 발언권은 훨씬 줄어들게 됐다.

자민당으로선 자유당이 연정을 이탈해도 중.참의원 모두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연합을 내걸어온 민주당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3당 연립정권은 보다 보수적인 정책을 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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