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씨 석방교섭 진상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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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주부 민영미 (閔泳美) 씨가 북한억류 6일만에 가까스로 풀려난 경위를 되짚어보면 의아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북한이라는 특수지역에 우리 국민이 억류된 만큼 정부나 현대로서는 閔씨가 돌아오기 전까지 맞대응을 삼갈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억류기간 중 대통령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북한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도 그 때문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閔씨가 풀려난 이후에도 정부나 현대가 석방교섭의 경위와 내용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미루는 것은 아무래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번 억류사태의 전말은 한 주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유사사태 재발방지.금강산관광 재개여부는 물론 우리 국민의 대북인식, 대북정책 전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는 비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석방교섭 과정에서 지난 3월 현대선박과 충돌해 침몰한 북한배에 대한 보상이나 금강산 독점개발권 문제가 연계됐다는 둥, 별도의 자금제공 약속이 있었다는 둥, 밑도 끝도 없는 소문도 파다하다.

교섭기간 중 현대측 관련회사 책임자가 협상장소인 중국 베이징 (北京) 을 방문한 것도 그렇고, 현대의 대 (對) 북한 달러송금 시점인 월말이 임박하자 북한도 석방을 서둘렀을 것이라는 등 그럴싸한 분석들이 나돈 것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현대로부터는 상세한 석방교섭에 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閔씨를 억류한 북한의 행위는 우리로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우리가 석방조건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기는커녕 북한의 사과 를 받아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대가를 지불했으리라는 소문과 추측이 이렇게 파다하다면 정부로서는 당연히 경위를 밝히고 국민의혹을 풀어야 한다.

그리고 閔씨가 6일이나 억류되고 있는 동안 정부가 이런 북한의 억지와 불법적 행위에 대해 항의성명 한번 내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제라도 정부는 閔씨 억류에 대해 북한에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혹시 쉬쉬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분위기 보아 적당히 관광을 재개하자는 속셈이라면 곤란하다.

억류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팔걷고 나서야 할 정부는 뒷전에 물러앉은 가운데 어제 현대측 관계자들이 북한과 금강산 관광세칙 교섭을 한다며 베이징으로 떠난 것을 보면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관광객을 북이 멋대로 억류하고 뭔가 대가를 받고 풀어주는 일이 선례로 남는 일이 있다면 결코 안될 일이다.

정부는 閔씨 석방교섭의 앞뒤를 공개하고 동시에 북한의 사과와 함께 다시는 우리 국민을 자의적으로 억류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도 받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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