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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햇볕의 본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태양이 태양계의 주인이고 지구는 그 둘레를 도는 조그마한 행성일 뿐이라는 사실이 지금은 상식이 돼 있다.

태양의 직경이 지구의 1백9배, 질량이 33만배 가량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태양이 지구보다 엄청나게 큰 존재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는 아무도 생각 못한 사실이다.

옛날 사람에게 가장 큰 존재로 느껴진 것은 하늘과 땅이었다.

그들이 생각한 하늘이란 요즘사람들이 생각하는 무한우주 같은 것이 아니라 대지 (大地) 와 짝을 이루는 개념이었으니 지금의 대기권 정도를 생각한 것이다.

태양은 하늘의 한 부속품, 또는 그곳을 떠다니는 하나의 물체 정도로 생각됐다.

1543년 지동설을 발표한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의 크기에 대해 명백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맥락을 살펴보면 지구보다 몇배쯤 큰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혁명적인 관점의 변화였다.

뉴턴이 1687년 운동의 법칙을 발표함으로써 태양의 진면목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만유인력의 법칙과 작용 - 반작용의 법칙을 적용해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을 계산해 보니 태양이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큰 질량을 가진 존재임이 비로소 드러나게 된 것이다.

뉴턴이후의 연구를 통해 태양에너지가 지구에 얼마나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도 밝혀져 왔다.

태양의 에너지는 수소가 헬륨으로 전환되는 핵융합반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초대형 수소폭탄이 끊임없이 폭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를 향해 발산된다.

그중 22억분의 1 정도만을 지구가 받아들이지만 이것만 해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의 수백억배나 되는 분량이다.

태양열 발전은 무공해 에너지로 장래가 촉망되지만 지금 기술로는 원가가 너무 높아 활용도가 낮다.

그러나 사실 인류가 활용하는 에너지원은 거의가 태양에너지에서 파생된 것이다.

수력발전은 태양열의 작용에 의한 물의 순환과정을 이용하는 것이고 화석연료는 먼 옛날 태양열로 합성된 유기물을 채취하는 것이다.

음식 역시 태양열로 합성된 유기물이다.

인간이 태양열의 극히 작은 일부분만을 이용하는 동안 나머지는 비와 바람을 일으키고 모든 생물을 생육시키는 등 지구를 지구답게 만드는 온갖 작용을 한다.

그 위대함을 누가 알아주건 말건 태양은 끊임없이 햇볕을 지구 위에 쏟아 붓는다.

이 꾸준함이 모든 생명의 근원임을 생각하면 인간에게 직접 이용되지 않는 햇볕이라도 낭비라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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