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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수·조교수·겸임교수…교수 직함 정확히 표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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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교수 직함이 언론에서 명확하게 표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주위의 많은 분에게서 듣고 있다. 교수직에는 박사학위 등 교수로서 기본 자격을 갖추고 임용돼 풀타임으로 근무하면서 종신교수직(tenure)을 보장받기 위해 대학에서 열심히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소위 정규 교수직인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정교수로 호칭되기도 함)의 직위가 있다.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계약직 교수직위가 있다. 이에는 초빙교수, 객원교수, 다른 본업을 가지면서 동시에 특정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겸임교수, 강의만 일시적으로 담당하는 강의전담교수, 연구만 일시적으로 담당하는 연구교수, 정년 후에 일정한 평가를 통해 임명되는 명예교수, 대우교수, 외부에서 해당분야의 훌륭한 업적을 쌓으신 분을 일시적으로 초빙해 직위를 부여하는 석좌교수 등 실로 교수직위에 대한 호칭과 형태가 대학별로 다양하다.

최근 신문과 방송을 포함한 언론에서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과 공무원의 직함을 표기할 때 분명히 부장.상무.사장 등의 구체적인 직위를 나열하고, 공무원인 경우는 과장.국장.장관 등을 사용하는 데 반해 교수에 대해서는 ○○대학 ○학과 조교수.부교수 등의 정확한 직위를 붙이지 않고 모든 종류와 직위의 교수에게 단순하게 '교수'라는 직함만을 사용하고 있다.

전문직인 변호사나 세무사 등과 같이 그냥 편하게 부를 때는 직업을 의미하는 교수라는 호칭이 무방하나,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의 지면이나 화면에 소개할 때는 그 교수의 직위를 정확하게 명기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수롭지 않은 현상으로 보일지 몰라도 교수의 직위를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으면 교수의 직위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공무원을 대할 때 과장급과 국장급.장관급이 다르고, 회사 임원들을 대할 때 부장.상무.사장을 구별해 부르듯이 교수도 그 직위에 따라 정확한 직함을 사용해야만 교수 개인의 역량이나 경력이 구별될 수 있다. 물론 직위가 낮으면 대체로 교수로서 경력이 짧다는 것이지 그것이 해당분야에 대한 그 사람의 실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학에서는 승진의 규정이 대학에 따라 약간은 차이가 있지만 외국처럼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옛날처럼 교수로서 편안하고 한가롭게 지내서는 승진이 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교수에게만 승진과 정년이 보장된다. 직위가 높으면 교수로서 더욱 존경받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고, 또한 그렇게 돼야 한다.

불명확하게 교수 직함을 표기하는 풍토로 인해 심지어 최근 임용된 젊은 조교수가 명함에 정교수의 의미인 '○○대학 교수 ○○○' 명칭을 사용하거나, 겸임교수인 경우에 '겸임'자를 떼어버리고 그냥 '교수 ○○○'의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사례도 많이 있다. 특히 정치인들과 영리목적의 사업을 하는 사람인 경우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하다.

이러한 현상이 만연하면 우리 사회에서 정직하지 못한 행위가 더욱 많아지게 되고, 모든 사실이 부풀려지고 왜곡돼 전달될 수 있다. 이렇게 정직하지 못한 사회로 나아가게 되면 우리가 갈망하는 바람직한 선진국 건설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이영해 한양대 정교수·정보경영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