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공부·체력단련 척척 ‘똑똑한 게임’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PC 모니터에 ‘命(명)’이란 한자가 몸에 쓰인 마물(魔物·몬스터)이 등장한다. 게이머의 캐릭터가 손에 든 무기로 내리치면 ‘명’ ‘명’하고 비명을 지른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목숨 명’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게이머는 한자 조각들을 모아 마신(魔神)에 맞설 힘을 키워야 한다. 중간 중간에 ‘火水木金土를 모으라’ 등의 ‘퀘스트(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올 4월 서비스를 시작한 NHN의 한자 학습게임 ‘한자마루’는 이처럼 게임을 즐기며 까다로운 한자를 자연스레 익히도록 구성돼 있다. 초등학생을 겨냥했지만 절반 이상 손님이 성인일 정도로 재미도 있다. 온라인 게임은 이제 ‘에듀테인먼트’로 시장을 불려나가고 있다.

게임을 즐기며 체력단련을 하는 ‘엑서게임’을 보자. 헬스클럽용 자전거에 올라 앉아 페달을 밟으면 핸들 앞에 달린 모니터의 자동차가 움직인다. 온라인 상에서 다른 사람과 대결할 수도 있다. 지루함을 덜면서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 ‘엑스알케이드’나 경기도 분당의 ‘엑서트림’ 같은 ‘엑서게임방’이 생겨 이런 게임을 해 볼 수 있다. 이처럼 학습이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기능성 게임’이라 부른다. 지난 한 해 미국에서만 10여 건의 관련 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관심을 끈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기능성 게임 전시회가 처음 열린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공동주최하는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이다. 25일 성남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사흘 일정으로 막을 올린다. 경기도를 이 분야의 본산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권택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은 “게임은 우리나라 콘텐트산업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특히 기능성 게임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능성 게임에 5년간 800억원을 투자해 시장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번 행사에는 한자마루를 비롯해 바둑을 게임으로 옮긴 ‘바투’, 게임으로 영어를 배우는 ‘오디션 잉글리시’ 등이 선보인다. 엑서게임 피트니스 등 10여 군데 외국업체를 포함해 모두 50여 개사가 참가한다. 영어단어 맞히기 게임대회, 무료 페이스페인팅·네일아트 같은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개막일에는 네오위즈·NHN 등의 채용상담 코너가 열려 게임 분야 구직자들을 맞는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