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탐사 전문가 로버트 밸러드 흑해 바벨탑 찾아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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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호와의 저주로 붕괴했다는 구약 속의 바벨탑. 그 신비가 풀릴까. 대서양 심연에서 잠자던 타이타닉호를 발견한 해양지질학의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밸러드 (57) 박사가 이번엔 바벨탑을 찾겠다며 다음달 흑해로 떠난다.

그는 3년여에 걸친 흑해탐사와 미 항공우주국 (NASA) 의 위성사진 판독 결과 터키 인근의 흑해에 바벨탑이 잠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린 것. 영국의 고고학자들도 최근 고대 성경문헌 등을 분석한 결과 흑해의 폰터스라는 지역에 바벨탑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 그의 확신을 뒷받침했다.

특히 고문헌에는 흑해 특정 지역의 이름이 '신 (神) 의 입구' 로 기재돼 있는데 이는 '바벨' 의 뜻과 동일하다.

밸러드 박사의 심해탐사팀은 최근 타이타닉의 발견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둬 무척 사기가 고조된 상태. 그는 지난달 19일 태평양 전쟁의 분수령이었던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잠수함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미 항모 '요크타운' 을 태평양의 5천75m 심해에서 원형 그대로 찾아냈다.

요크타운은 당시 최대 규모의 항공모함으로 혁혁한 전과를 올려 '미 해군사의 전설' 로 통한다.

1백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된 요크타운의 탐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최신형 심해촬영 로봇 'ATV' 가 투입됐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해안마을에서 자라난 밸러드 박사는 소년 시절 '해저 2만리' 를 감명깊게 읽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캘리포니아대에서 지질학과 화학을 공부한 뒤 하와이대 및 로드 아일랜드대에서 해양지질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후 해군에서 복무해 해양탐사를 위한 실전경험을 쌓기도 했다.

밸러드 박사는 지금까지 1백10회 이상의 심해탐사에 참여했다.

지중해에선 로마범선을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고 대서양에선 2차대전때 침몰한 독일의 비스마르크 전함도 찾아냈다.

특히 지난 85년 타이타닉호의 발견은 그를 세계적인 명사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심해탐사 기록을 계속 경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요크타운의 발견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심해탐사 기록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호.4천5백72m) 을 경신한 것으로 해양탐사 역사상 새로운 획을 그은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신예 러시아 핵잠수함도 수심 2천12m까지만 내려갈 수 있으며 이 이상의 심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공할 수압에 견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는 "심해는 거대한 박물관으로 지상에 있는 박물관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유물을 감추고 있다" 며 해양탐사의 매력을 설명한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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