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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외국인 노동자 돕기 '나눔장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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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8월의 아름다운 나눔장터’에서 ‘스톱 크랙다운’밴드가 노래를 부르자 시민들이 환호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장문기 기자

"이상하게 '아리랑'만 부르면 고향 생각이 납니다. 우리도 한국 사람이 된 걸까요."

'8월의 아름다운 나눔장터'가 열린 21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역 광장. 시원한 강바람을 타고 록음악풍의 '아리랑'이 전자 기타의 선율과 함께 울려퍼졌다. 비로 취소된 6월과 7월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모처럼 장터를 찾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주인공은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스톱 크랙다운(Stop Crackdown)'밴드. 이날 나눔 장터의 수익금을 이주 노동자를 위한 도서관 설립 기금으로 내놓겠다는 아름다운 가게의 초청을 받고 무료공연에 나섰다.

네팔에서 온 강라이(32).미누(33)와 미얀마 출신의 소모두(29) 등으로 이뤄진 밴드는 지난해 11월 결성됐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모였다. 강라이와 미누는 2000년 KBS 외국인 노래자랑에서 각각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밴드 이름은 이주 노동자 강제 추방 정책을 중단하라는 뜻을 담아 지었다.

소화기 안전장치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소모두는 "9년 전 한국에 왔을 때보다 우리를 대하는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잠시 노래가 끝난 사이 시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련한 좌판에서 물건을 골랐다. 이들의 노래가 손님을 끌어모으는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몰려드는 손님에 흥이 난 서울 외국인 노동자센터 간사 티톤(29.방글라데시 출신)도 두 손에 티셔츠를 들고 연신 "5만원짜리가 3000원"이라고 외쳤다.

시민들의 "앙코르" 요청에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Someday(언젠가)'라는 노래를 불렀다. "Someday I will go back to my home…(난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거야)."

리듬은 흥겨웠지만 애절한 가사에 몇몇 외국인 노동자의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함께 공연을 지켜보던 강명석(36.회사원)씨는 "이 사람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장터에는 시민 7만여명이 참여해 600여만원의 기부금이 모아졌다. 같은 날 명동 아바타점에서 조용필 팬클럽 주최로 개최된 '아름다운 하루' 행사에도 450여만원이 모아졌다.

강병철.이원진 기자 <bonger@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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