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성남시 중원구 금강2동 강성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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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누나, 오후엔 비 좀 그치겠죠?" "그래, 하늘이 좀 밝아오는 것 같다.

오후엔 개겠지!" 재래시장에서 돌김을 굽는 누나와 나는 비가 오는 아침이면 평촌으로 난 청계터널을 지나가면서 이렇게 비 갠 오후를 고대하곤 합니다.

날씨에 민감한 공군장교 생활에서도, IMF 이전 비가 오지 않아야 출하가 가능했던 건설자재회사를 경영할 때도, 이렇게 비 갠 오후를 간절히 기다려본 적은 없었습니다.

김을 직접 구워서 팔고 있는 여러 재래시장들은 비가 오면 파장 분위기입니다.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하루가 멀게 세일을 하는 요즘, 날씨마저 나쁘면 재래시장에서는 사람조차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마다 신안 바닷바람을 안고 농사일을 꾸리시는 칠순노모를 생각합니다.

"잘 될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 어머니의 까칠해진 손 도닥거림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비가 그치고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러면 저는 신명이 나 이렇게 외칩니다.

"맛있는 강돌김 맛보세요. 영양만점 강돌김! 바로 구워 아주 맛 있습니다!" 나는 재래시장에서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즐거움을 발견했습니다.

몇천원을 가지고도 부담없이 구경하고, 흥정도 할 수 있는 이곳이 마치 고향처럼 포근한 것입니다.

몇백원을 갖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툭툭 털고 돌아서 다시 씩 웃는 이웃들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습니다.

곧 장마철이 옵니다.

우기가 오면 더욱 더 '비 갠 오후' 가 기다려지겠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리 비가 와도 언젠가 그친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더욱 더 소리 높여 외칠 것입니다.

"맛있는 김 사세요!"

성남시 중원구 금강2동 강성현씨

◇ ㈜한국문화진흥에서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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