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늬만 '김춘삼' 아닌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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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무늬만 '김춘삼' 아니예요?" MBC 특별기획드라마 '왕초' 를 두고 어느 독자가 던진 항의다.

'거지왕' 김춘삼을 소재로 격동기를 살았던 민초들의 삶을 보여주겠다던 기획의도가 갈수록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소외된 이들의 '왕초' 로서, 격동의 반세기를 감당해야했던 모델로서의 '김춘삼' 은 드라마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코믹하게 각색된 거지들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이야기를 끌고 갈 뿐이다.

'거지왕' 의 면모가 나타나지 않아 굳이 '거지왕 김춘삼' 이라고 내건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오랜만에 보는 남성드라마이고 편당 1억원이 투입되는 대작이란 점에서도 '왕초' 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춘삼의 아역 시절을 그린 4회분까지도 드라마는 기획의도에 충실했다.

하지만 어른 김춘삼이 등장하는 5회분부터 '왕초' 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엉뚱한 곳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수시로 등장하는 깡패들 사이의 결투 장면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연지와 춘삼의 '만날 듯 말듯' 반복되는 애정관계로 드라마를 끌어가고 있는 것.

한국기독교협의회 임순혜 언론모니터 팀장은 "격동기를 헤쳐 오면서도 소외받은 이들을 돌봤던 김춘삼의 면모는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했다" 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장용우 PD는 "드라마를 맡았을 때부터 이미 '거지왕 김춘삼' 으로 정해져 있었다" 며 "김춘삼이란 실재 인물보다는 밑바닥 인생을 통해 순수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설명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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