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 기프트콘' 촌지 용도로 악용돼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지역 A초등학교 교사 H 씨(29·여)의 휴대전화로 수업 도중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수업이 끝나고 확인해 보니 발신자 이름이 낯설었다. 누가 보냈을까 궁금해하며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확인하니 일반 기프티콘이 아닌 선불카드 20만 원권이었다. H 씨는 처음에 누군가 잘못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B학생 엄마예요. 추석인데 변변한 선물도 못 해드릴 것 같아 보냈어요. 필요한 화장품 사서 쓰세요.”

'기프티콘' 서비스가 최근 촌지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동아일보가 24일 보도했다. 신문에 다르면 일부 학부모가 이 방식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달이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촌지를 보내려면 직접 찾아가거나 집 주소를 알아내 선물을 보내야 하지만 이 카드는 상대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보낼 수 있다. 또 택배로 배달한 선물은 교사가 되돌려 보낼 수 있지만 이 카드는 교사가 무심결에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저장된다.

카드를 보낸 사람이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비밀 보장도 가능하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카드를 보낸 사람은 자기가 누구에게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누가 몇 명으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는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에서 단속에 나서도 학부모 계정 전체를 뒤져 의심 사례를 일일이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적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교사들에게 일일이 수신 사실을 물을 수도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7월 ‘촌지보상금제’를 도입해 촌지 수수 신고를 받으려다 교원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교원단체는 “청렴한 대다수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다 알기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촌지가 들어와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교직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자정 움직임을 벌이는 만큼 학부모들도 모바일 상품권을 비롯한 촌지 전달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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