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면회소 사전 합의…신의주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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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남북간 현안을 논의할 남북 차관급회담이 21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北京) 의 켐핀스키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특히 서해 교전 (交戰) 사태로 인해 팽팽한 대치상황이 조성된 이후 처음 열리는 당국간 접촉인데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회담 소식통은 20일 "남북한은 지난 3일 끝난 비공개 접촉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이면합의를 마친 상태" 라면서 "북한은 생사확인을 위한 서신교환을 허용하고 북.중 국경지역 한곳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한다는 우리측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고 밝혔다.

면회소 장소는 중국 단둥 (丹東) 과 마주한 평북 신의주가 유력하며 시기는 올 가을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따라서 회담에서는 서신 교환과 면회소 설치의 시기와 구체적 방법이 집중 논의될 것" 이라고 말했다.

20일 아시아나항공편으로 베이징에 온 양영식 (梁榮植) 수석대표도 "이산가족의 비극과 고통을 풀어줄 수 있는 문제를 논의키로 이미 합의한 상태인 만큼 실무적 회담으로 이끌어 가겠다" 고 설명했다.

북한은 고향방문의 경우 개별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고향방문단의 서울.평양 교환과 상봉은 85년 9월 수준 (남북 각 50명)에서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이같은 시범조치를 명시한 합의서를 북한측으로부터 이끌어낸다는 입장을 세웠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북한측이 서해 교전사태를 이유로 앞서의 합의를 뒤로 한 채 북한군의 인명피해에 대한 사과.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 합의도출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측은 회담 전날 밤늦게까지 대표단 명단을 공식 통보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회담 관계자는 "94년 3월 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회담을 결렬시킨 박영수 (朴英洙.62)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20일 열차편으로 베이징에 왔다" 며 "박영수를 단장으로 아태평화위 권민 참사 등 2명과 수행원 2~3명이 대표단인 것으로 비공식 파악됐다" 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85년 첫 고향방문단을 이끌고 서울을 다녀갔고 남북적십자 접촉에도 깊이 관여했던 박영수를 베이징에 보낸 것은 이산가족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 풀이했다.

남북한은 지난 3일 비공개 접촉에서 북한에 비료 20만t을 7월말까지 지원하고, 차관급회담을 점차 장관.총리급 고위회담으로 격상시키기로 '내막적 합의' 를 본 상태다.

베이징 =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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