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이후 표정] 사흘째 '소리없는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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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15 서해교전 이후 사흘째인 18일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뚝 끊어졌다.

달이 뜨지 않아 북한의 간첩선 침투 가능성이 가장 큰 무월광 (無月光) 기간도 이날 끝나 우리 군의 긴박한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그러나 비상경계태세는 계속되고 있다.

◇ 북한쪽 동향 =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 의 북한지역 감시활동 등 경계강화 움직임은 계속됐다.

증강배치된 미군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북한군의 '특이한 동향' 은 이날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합참은 밝혔다.

우리 정보 당국자는 북한 서해안 일대에 있는 미사일 기지에서 약간의 이상조짐이 느껴지지만 당장 보복공격을 감행하려는 것보다 '단순 위협용' 이라고 분석했다.

교전 당일 북한은 휴전선 일대의 대남 확성기 방송을 33개소에서 내보냈지만 16일부터 방송횟수를 절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 우리 군의 상황대처 = 합참 관계자는 "북측 보도를 분석한 결과 북측의 협상의지를 다소 읽을 수 있다" 며 "북한이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고 추정했다.

유엔사의 장성급회담 제의를 북한이 뚜렷하게 반대하지 않는 것도 대화 분위기를 위한 고무적인 현상으로 파악했다.

그동안 장성급회담 제의를 즉각 거부하거나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군사적 대결 국면에서 협상쪽으로 옮겨지는 흐름" 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른 시일내 서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장성급회담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이번 사태로 ^NLL쟁점화^한반도 긴장고조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피해보상 협상을 통해 일단 위기를 넘긴 뒤 자존심 회복은 후일 도모할 것이라고 우리측은 예상하고 있다.

◇ 연평도 앞바다 = 북한 어선 10척은 이날 오전 5시 NLL 북쪽 4㎞ 해상에 출현, 꽃게잡이를 시작했고 경비정 5척은 이보다 위쪽인 NLL 북방 5㎞지점에서 대기했다.

오전 8시에는 어선이 20척으로 늘어났고 한때 NLL 북방 2㎞ 해상까지 내려오는 등 하루종일 NLL 북방 2~5㎞지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조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NLL 북방 5㎞ 해상에서 정지한 채 머물렀을 뿐 우리측을 자극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 미군 유해송환 불발 = 이날 오전 11시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4구를 돌려주겠다던 북한측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해 송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난해 12월 미국과 북한의 뉴욕 합의를 일단 어긴 것이 된다.

유엔사는 "북한은 인도적 문제인 유해송환을 거부함으로써 긴장완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여준 것" 이라는 유감성명을 발표. 우리 군 관계자는 "교전 후에도 북.미 공동으로 유해발굴작업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서해 사태를 이유로 유해송환을 거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해석했다.

최상연.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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