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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교전' 북한 함정 2척 격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5일 오전 9시25분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남북한 전투함간에 5분여 동안 포격전이 벌어졌다.

교전은 우리 고속정이 북방한계선 (NLL) 을 침범한 북한 어뢰정을 밀어내려는 순간 북한 경비정이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시작됐으며 우리 함정의 응사로 북한 어뢰정 1척이 격침됐다.

이날 우리 수역을 침범한 북한 함정은 어뢰정 3척.경비정 7척 등 모두 10척으로 중형 경비정 1척은 반 침몰상태가 돼 북한 함정에 의해 예인됐다.

다른 3척의 경비정도 크게 파손됐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병사 2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고속정 4척과 초계함 1척 등 5척이 피격됐으나 기동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상태다.

해군은 북한 경비정의 우리 수역 침범 9일째인 이날 충돌식 밀어내기 작전을 위해 1천2백t급 초계함 2척과 고속정 10척 등 모두 12척을 동원했었다.

정전협정 이후 남북 함정이 포격을 주고받은 적이 한 차례 있기는 했으나 대규모 포격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서해 5도 인근 해역은 물론 남북간에 '준전시 (準戰時) 상태' 를 방불케 하는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교전 직후 해군 2함대사령부.해병부대에는 '데프콘3' 에 준하는 전투준비 태세령이 시달됐고 한미연합사는 오전 11시 대북 정보 감시태세를 심각한 위협이 존재할 때 발동하는 '워치콘2' 로 격상했다.

특히 미군은 한.미간의 긴밀한 군사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합의에 따라 핵추진 항공모함 콘스털레이션호와 미 7함대 전투선단을 한반도 수역으로 진출시키고 오키나와 (沖繩)에 기지를 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 3대를 한반도로 이동시키는 등 해.공군력을 증강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이날 김진호 (金辰浩) 합참의장과 존 틸럴리 주한미군 사령관이 참석한 군사위원회 (MC) 를 열어 이번 사태를 북한의 명백한 도발행위로 빚어진 '심각한 위기 상황' 으로 규정하고 ^유엔군 사령관의 강력한 대북 경고와 함께 북한측에 재발방지 요구^연합방위태세 확립에 필요한 미군 전력 신속지원 등에 합의했다.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 함정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북한 함정이 먼저 사격해 옴으로써 해군 함정이 자위권 (自衛權)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대응사격을 실시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사태가 남한측에 의한 '엄중한 무장도발' 이라며 "군사적 도발을 계속 감행할 경우 천배백배의 보복타격을 면치 못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유엔사와 북한의 장성급회담은 북측이 우리 함정이 먼저 사격했다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12해리 영해를 주장하는 바람에 격론만 거듭하다 1시간30분만에 끝났다.

◇ 교전.격퇴 = 오전 9시25분쯤 해군 고속정과 초계함 12척이 우리 수역 (NLL 남쪽 5㎞, 연평도 서쪽 13.2㎞)에 들어온 어뢰정에 대한 밀어내기 충돌공격을 하자 함께 침범한 북한 경비정 2척 중 한척이 25㎜ 기관포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해상전투가 벌어지면서 다른 북한 어뢰정 2척과 경비정 2척이 갑자기 출몰해 공격에 가담했다.

우리 해군은 초계함의 76㎜ 함포와 고속정의 40㎜ 기관포로 즉각 응사했고, 여기서 발사된 포탄이 북한 어뢰정 1척과 중형 경비정 1척에 명중했다. 어뢰정은 선체에 화재가 발생, 침몰했다.

북한 해군은 NLL 북쪽으로 퇴각한 이후에도 경비정 7척을 한계선 북쪽 2㎞지점까지 출동시키며 시위를 벌였다.

북한은 이날 오전 7시15분부터 꽃게잡이 어선 20척과 경비정 2척 등을 NLL 2㎞ 아래까지 내려보냈다.

◇ 군 비상 대비 = 해군은 북한이 보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 초계함.구축함.구조함.호위함.상륙정 (LST) 등 20여척의 함정을 비상 출동시켰다.

그러나 북한의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과 1백㎜ 해안포들의 공격징후가 포착됨에 따라 확전 (擴戰) 방지차원에서 고속정을 뺀 대형 함정은 일단 완충구역 이남으로 배치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다른 지역으로의 침투도발에 대비해 전군에 비상근무태세를 강화토록 지시하는 한편 전투비행단에 비상대기령을 하달했다.

◇ 정부 대책 = 金대통령은 학술단체 대표들과 만나 "북한은 무기가 노후해 (우리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 며 "그래서 북한은 대량 살상무기로 초반공격을 시도하려고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북한이 평화적으로 개방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 말해 포용정책의 유지의사를 비췄다.

차영구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은 NLL 침범행위와 무력사용을 중단할 것" 을 촉구하고 "북측의 어떠한 무력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양수.최상연.이상렬.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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