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세계태권도선수권 첫 출전 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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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이젠 문대성의 시대다' .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미프로농구 (NBA) 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에는 국제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보급 선수' 김제경 (에스원) 이 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때묻었던 도복을 벗는다.

조던이 벗어놓은 1인자 자리를 놓고 코비 브라이언트.앨런 아이버슨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면 '포스트 김제경' 에는 '겁없는 신예' 문대성 (23.에스원) 이 선두주자로 뛰어 올랐다.

문은 지난 8일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벌어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헤비급 금메달을 따내며 만년 2인자의 설움을 훌훌 털고 자신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문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까지에는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다. 지난 2월 세계대회 출전 티켓이 걸린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문은 부산 동아대 7년 선배인 김과 결승에서 만났다.

경기 직전 문은 "올림픽 때까지 형을 뒷바라지할 테니 형이 나가세요" 라고 말하자 김은 "나는 올림픽을 준비할 테니 세계대회는 네가 출전해라" 고 양보하는 바람에 서로 공격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에스원 김세혁 감독으로부터 "스포츠는 정당한 것" 이라는 질책까지 받았다.

그러나 김이 세계선수권 4연패의 꿈을 접고 부상을 이유로 기권하면서 후배에게 길을 열어줬다. 이것이 문에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문은 "패하면 캐나다에서 돌아오지 않겠다" 는 다부진 각오로 태릉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캐나다에 도착한 문은 경기 하루 전날 김과 전화를 통해 상대선수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 머릿속에 입력한 뒤 손쉽게 경기를 풀어 처녀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은 "김제경 선배의 뒤를 이어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가 되는 것이 꿈" 이라고 밝혔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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