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책동네] 고디머 전기 출간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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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딘 고디머(80)라면 노벨상을 수상한 문단의 거목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표현의 자유가 떠오른다. 인종차별정책이 폐지되기 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면서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차별적인 사건들을 샅샅이 기록하고 인간 해방을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전기 원고에 지나치게 간섭한 나머지 전기 출간 계획 자체가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의 첫 전기가 될 원고 중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고디머가 동료들에 대해 느낀 감정을 표현한 대목이었다. 고디머의 협조를 받으며 7년간 전기를 집필하고 있는 로널드 슈레시 로버츠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존경해온 인물이 뜻하지 않은 태도를 보여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버츠는 “고디머가 1960년대에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싸웠던 동료 로스 퍼스트에 대해 경멸을 나타낸 편지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데 끝까지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의 선봉에 서야 할 사람이 마치 차르처럼 사사건건 간섭하는 바람에 원고가 성자(聖者)의 전기가 되어버렸다”고 불평을 터뜨리며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원고를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디머의 장편과 단편을 출간해왔던 미국·영국의 출판사들도 이 원고에 대해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고디머의 반대가 워낙 강하자 전기 출간을 없던 일로 돌렸다.

“파바로티는 거만한 사람”

오페라 스타 루치아노 파바로티(68)는 평소 거만하고 지나치게 까다로운 인물로 10월 발간될 그의 전기에서 묘사되고 있다.

30년 이상 그와 친구·매니저 관계로 지내오다 지난해 1월 결별한 허버트 브레슬린이 쓴 『왕과 나』에 따르면, 파바로티는 동료 플라시도 도밍고에 대해 “꿈속에서도 나같은 목소리는 절대 내지 못할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파바로티는 또 뉴욕의 아파트에서 한 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은 치과에 가면서도 운전사를 부르고 중국을 여행할 때는 중국 음식을 믿지 못하겠다며 요리사들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브레슬린은 이 책에 대해 “아름답고 단순하고 사랑스럽던 존재가 단호하고 공격적이고 불행한 수퍼스타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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